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충무로에서]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하는 이유

시계아이콘01분 46초 소요

[충무로에서]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하는 이유 김소영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AD

도대체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인데 왜 사람들은 투표를 하지 않는가? 무능하거나 부패한 집권 세력을 합법적으로 몰아낼 수 있는 수단인데 말이다. 그런데 이 문제를 거꾸로 뒤집어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도대체 선거날에 왜 투표를 하러 가는가? 모처럼 집에서 쉴 수도 있고 놀러갈 수도 있는데 말이다. 선거일이 공휴일이 아니라면 더더욱 의아한 일이다.


정치학의 합리적 선택 이론에 따르면 투표의 역설은 왜 사람들이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인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는가가 아니라 왜 사람들이 고생스럽게 투표하러 나서는가이다. 먼저 투표를 해서 얻는 이익을 생각해보자.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집권하여 자신이 지향하는 이념이 구체화되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정책이 펼쳐지는 등의 여러 이익을 B라고 하고, 대신 실제로 투표장에 가는 등의 투표 행위에 드는 비용을 C라고 하자. 투표를 한다고 결정하면 C는 반드시 일어나는 사건이지만 B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이 되어야만 실현된다.

즉 B의 실현은 자신이 표를 던짐으로써 지지 후보가 당선할 확률에 달려있다. 이를 p라고 하면 투표할지 말지는 p*B - C라는 간단한 셈으로 표현된다. 문제는 p, 즉 자신의 한 표가 선거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확률이 너무 작기 때문에 투표의 혜택이 아무리 커도 이 셈의 결과는 거의 항상 음수라는 것이다.


역설적인 현상은 이렇게 손해보는 선택인데도 사람들이 투표하러 간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렇게 손해 나는 선택을 하는 무수한 사람들에 기대어 민주주의가 지탱되고 있는 셈이다. 투표의 역설은 하나의 이론적 가설에 불과하고 정치적 무관심을 조장한다고 비판받기도 하지만, 민주주의가 가능한 이유를 득을 볼 가능성이 별로 없음에도 수고스럽게 투표하러 나서는 사람들에서 찾음으로써 이들이 왜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를 하는지 주목하게 만들었다.

일상의 소소한 선택에서도 '~때문에'가 아니라 '~임에도 불구하고'라는 선택이 궁극적으로는 더 나은 선택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게 된다. 학생들을 상담하다 보면 많은 고민들이 결국 양자택일 문제로 귀결되는데, 공부를 계속하려면 졸업 후 국내 대학원을 진학할지 외국에 유학갈지, 이공계 전공을 살려 다른 분야로 나갈 때 경영이 나은지 정책 쪽이 나은지, 학위를 마치고 결혼ㆍ출산을 할지 학위 과정 중에 하는 게 나은지 리스트가 끝이 없다.


부모로서도 아이들을 학원에 보낼지 말지, 공부 더 열심히 하라고 잔소리를 할지 그냥 믿고 내버려둘지 등 끝없는 선택에 놓인다. 돌이켜 보면 학생 상담이나 자식 훈육에서 A와 B라는 선택을 비교할 때 어느 게 더 나은지 셈을 굴린 경우에는 늘 답이 없었다. 그런 선택은 투표의 역설처럼 그 혜택의 실현이 자신의 선택이 성공할 가능성 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똑같은 비교를 하면서 어느 게 더 힘든지 비교하면(답이 여전히 없음에도 불구하고) 선택이 명료해진다. 선택에 따른 비용은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두 가지 갈래 길에서 어느 길이 더 좋은지 편한지 계산하고 걸어가다 보면 후회할 가능성이 높다. 가다 보면 분명 힘이 드니 안 가본 길이 더 나아보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고생길이 훤한데도 그 길의 가치와 의미를 두고 선택한다면 후회할 가능성이 적다. 가다가 힘들어도 이미 출발할 때 힘들다는 걸 예상하고 있었으니. 요즘 남편은 아이들에게 미래 배우자감으로 '그래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할 사람을 데리고 오라고 한다. 가정 형편이 안 좋지만, 미남은 아니지만, 변변한 직장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살고픈 사람을 찾으면 오래 같이 잘 살 수 있을 거라며.


김소영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