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출품 10개 가운데 6개 시장점유율 하락
섬유·석유제품·의류·화학제품 타격
2000cc 세단, 日 점유율 94.4% 韓 2.6% 불과
"한-중 FTA, 핵심품목 관세 인하 쟁점"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중국이 관세를 부과해 수입하고 있는 제조업 품목 10개 가운데 6개에서 우리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했다. 상반기 수출 실적에서 중국 비중이 줄면서 어느 정도 부진은 예고됐었지만, 제조 분야의 추락세가 심상치 않다는 얘기다.
연내 타결을 추진하고 있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관세를 낮춰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3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올 1월부터 5월까지 중국이 관세를 부과해 수입한 제조품목 5943개 가운데 60.7%인 3609개 품목에서 한국산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섬유와 석유제품, 의류, 화학제품 점유율이 두드러진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2007년 점유율 14.24%를 기록했던 섬유부문은 10.23%로 낮아졌다. 반면 일본은 산업용 섬유소재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중국 시장 점유율이 올해 13.29%를 기록했으며, 대만 역시 13.02%에 달했다.
의류부문도 2007년 6.52%이던 점유율이 올들어 2.97%로 추락했다. 중국은 섬유부문에 최소 5%에서 10%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의류 관세도 최고 17.5%에 달하는 만큼 관세 인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품목으로 예상된다.
석유와 화학제품은 중국내 설비 증설로 인한 수입감소에 따른 직격탄을 맞았다. 2007년 5.27%, 16.86%였던 석유와 화학제품 점유율은 2.25%, 15.61%로 줄었다. 일본(0.40%, 13.49%)이나 대만(0.37%, 11.10%)에 비해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세계 경제성장 둔화 장기화 우려에 따른 불안감이 팽배하다. 중국은 현재 석유, 화학제품에 5~10% 수준으로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관세 인하 효과가 적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목재·제지, 가죽·고무, 수송기기(자동차) 등에서 한국산 품목의 점유율도 떨어지고 있다.
일본은 현재 중국 자동차 시장의 14%를 점유하고 있으며, 특히 2000cc 세단과 3000cc SUV 부문에서 각각 94.4%, 64.7%로 압도적인 수준이다. 반면 우리의 수송기기 부문 점유율은 4.83%로, 2000cc 세단과 3000cc SUV 부문은 각각 2.6%, 1.4%에 불과하다. 중국이 승용차 등에 25%에 달하는 고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만큼 FTA로 인한 관세 인하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기계와 전기기기는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이 과거에 비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기계는 일본에, 전기기기는 대만에 비해 여전히 뒤쳐진 수준이다.
이에 따라 향후 한-중 FTA 협상에서 이 같은 품목들의 관세를 얼마나 낮추느냐가 핵심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만은 2010년 중국과 경제협력기본협정(ECFA)를 체결했고 중-일 FTA 협상은 미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중 FTA 체결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현정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중국의 수입 규모가 크고 관세율이 높은 품목군에서 우리의 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기계류와 전기기기, 화학제품, 철강제품, 자동차 품목군 등 주력 품목에 대한 관세 철폐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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