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업소득 환류세제'로 인해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 등 대기업의 추가적인 세 부담이 수천억원에 이를 것이란 진단이 나왔다.
특히 과세범위 조정에 따라 각 기업의 세 부담이 천차만별로 달라져 실효성과 형평성 논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31일 재계와 CEO스코어에 따르면 정부가 밝힌 기업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방침에 의거해 과세 범위를 지난해 당기순익의 70%로 적용해 세 부담액을 계산한 결과, 삼성그룹의 경우 13개 비금융 상장계열사 중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2곳이 각각 1787억원, 148억원 규모의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삼성물산, 제일모직 등 11개 계열사의 추가 세 부담은 없었다.
새로운 세제의 직격탄을 맞게 되는 곳은 현대차그룹이다. 특히 투자금의 절반이 해외에 투입된다고 가정하면 현대차그룹 10개 비금융 상장계열사중 8개사가 과세 적용대상이 돼 총 470억원의 추가세 부담을 져야 한다. 현대차가 1476억원, 기아차 629억원, 현대모비스 1068억원, 현대하이스코 660억원, 현대건설 142억원, 현대위아 67억원, 현대로템 16억원, 현대위아 10억원 순이다.
이처럼 재계에서 가장 많은 유보금율 보유한 두 그룹이 부담해야 하는 세금은 수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현재 삼성과 현대차 2개 그룹의 사내유보금은 10대 그룹 81개 상장사의 사내유보금 516조원의 57.4%에 해당한다.
하지만 과세 범위의 기준을 바꾸면 상황은 달라진다. 과세 범위를 당기순익의 60%로 축소하면 삼성전자는 과세 적용 대상에서 벗어나고 삼성중공업 한 곳만이 82억원의 세금을 부담하면 된다. 삼성의 이 정도 세 부담은 매출 및 당기순익 규모를 고려하면 비교적 경미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현대차그룹의 경우 현대차 958억원, 기아차 365억원, 현대모비스 860억원 등 8개 계열사가 부담할 세금은 총 2839억원으로 줄어드는데 그친다. 어찌 됐든 현대차그룹의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닌 셈이 된다.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대거 과세 대상에 포함되는 이유는 다른 기업에 비해 배당액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처럼 사내유보금 보유 비중이 압도적인 이들 2대 대표그룹 간에 기업소득 환류세제상 부담액이 현격한 차이를 보임에 따라 추후 실효성 및 형평성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국내 투자와 해외 투자를 구분해 국내 투자만 인정해주겠다는 것이 문제"라며 "글로벌 기업을 목표로 해외 투자의 비중을 늘려 왔던 국내 기업들의 경우 천문학적인 세 부담에 허덕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계산 결과는 개별 재무제표상의 당기순익×(60~70%)에서 투자액 절반, 임금상승분, 배당금 합계액을 차감한 액수에 세율 10%를 적용해 산출됐다. 현재 과세대상 투자 범위와 공제 대상 등에 대한 변수가 남아있지만 정부는 당기순익의 60∼70%를 투자·배당·임금인상에 쓰지 않으면 과세 대상으로 삼고 10% 정도의 세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또 해외투자금의 경우 사내유보금에서 투자한 부분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기업이 총투자액의 절반을 해외에 투자한 것으로 가정했다. 재계에서는 해외매출이 많은 국내 기업은 통상 투자액의 40∼60%를 해외에 투입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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