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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메신저]사람의 마음 비치는 시스루 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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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메신저]사람의 마음 비치는 시스루 룩?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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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치는 옷감이나 레이스를 사용하여 인체를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하는 복장이 시스루 룩(see-through look)이다. 감춰진 여성의 몸매를 은근히 드러냄으로써 성적 매력을 발산하여 부드럽고 환상적으로 느끼게 하는 패션이다.


영국의 의상심리학자 존 칼 플루겔(J.C.Flugel)은 사람에게는 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하여 몸을 노출시키고자 하는 욕망과 몸을 의복으로 가리고 싶어 하는 두 가지의 상반된 욕망이 공존한다고 했다. 여성은 신체의 특정 부위를 선택적으로 드러내거나 감춤으로써 남성을 유혹해왔다는 것이다. 타인의 신체를 바라보는 것에서 유발되는 스릴과 흥분을 '에로틱 자본'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하였다. 정신분석학자인 에드먼드 버글러는 '패션사'란 가슴, 목선, 허리, 엉덩이, 다리, 팔, 신장의 7가지 부위를 둘러싸고 이루어진 순열조합의 역사라고 주장했지만, 시스루 룩은 신체의 어떤 부분도 에로틱하게 표현하는 힘을 가진다.

시스루 룩은 최근 파리 오트쿠튀르 패션쇼(2014년과 2015년 가을/겨울)에서도 세계 패션인들의 시선을 빼앗았다. 발렌티노를 비롯해 오스카 카르발로, 줄리앙 훠니, 조르지오 아르마니, 루이 페로 등 많은 디자이너들이 시스루 룩으로 황홀한 아름다움과 탐정 영화를 보는듯한 아슬아슬한 짜릿함을 느끼게 하였다.


시스루 룩은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에로틱한 의상의 표현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인체를 아름다움의 극치로 생각했던 고대 그리스인들도 시스루 룩을 적극 활용하였다. 인체를 드러내 보이는 것을 금기시 했던 중세를 지내며 사라진듯하던 시스루 룩은, 자아의식이 살아난 프랑스 혁명기를 거치며 다시 거세게 등장하였다. 하늘하늘한 얇은 머슬린으로 하체를 내비치게 하는 이른바 엠파이어 스타일이 그것이다. 추운 겨울에도 허벅지에서부터 발까지 얇고 은근히 비치는 옷을 입어, 수많은 사람들이 감기에 걸려 죽는 사태가 벌어졌으나 에로틱한 그 시스루 룩의 유행은 멈추지 않았다. 당시 나폴레옹 황제는 이 문제를 해결코자 특단의 조치도 내렸다. 공식 모임장소에는 추운 겨울에도 난방을 못하게 함으로써 두꺼운 천의 옷을 유도하기까지 한 거센 유행이었다.

시스루 룩이 다시 조명을 받기 시작 한 것은 패션산업이 활기를 띄던 1960년대였다. 약관의 천재 이브 생 로랑이 가슴이 다 드러나 보이는 시스루 룩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 이후 뒤질세라 많은 디자이너들이 앞 다퉈 시스루 룩을 신비한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켜왔다.


패션의 흐름을 재빨리 읽을 줄 아는 우리나라에서도 시스루 룩은 패션쇼의 무대 위나, 일부 연예인들이 아닌 보통 사람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우아하고 짜릿하기까지 한 아름다움을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때론 섹시하게, 혹은 시원하게, 그리고 대범하게 또는 부분적으로 시스루룩을 활용하면서 말이다.


길거리는 아름다운 여성들로 넘쳐나지만, 성범죄가 나날이 늘어가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여성의 아름다움은 겉모양에만 있는 게 아니다. 시스루처럼, 어찌 보면 한시적인 것이기보다는 오히려 내면적인 게 더 오래오래 계속되는 값진 아름다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스루 룩이 있었으면 좋겠다.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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