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일본 디자이너 모리나가 쿠니히코가 스마트폰 중독을 '치료'해주는 옷을 선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2014년 F/W 토론토 패션위크에 발표한 흥미로운 작품이다. 옷에 부착된 모든 주머니가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기기를 넣으면 즉각 전파가 차단돼 전화, 메시지, 이메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들을 받지 못하도록 고안된 옷이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도 잘 살았건만, 스마트폰을 분실하면 세상살이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황당함을 우리는 경험한다. 스마트폰이 통화하는 기기라기보다 게임, 촬영, 자료검색은 물론 전화번호를 비롯한 정보 입력에 이르기까지 기능이 너무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 현대인의 손에서 그 것이 떠나있을 틈이 없다. 아니 스마트폰과 '동거'하는 듯하다.
스마트폰은 마이크로파를 사용하는 전자제품 중 하나다. 거의 모든 전자제품처럼 스마트폰에서도 전자파가 발생한다. 전자파는 피부에 흡수되면 신체조직 온도를 상승 시키고, 이러한 열작용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기 쉬운 곳이 눈의 수정체나 고환이라고 한다. 눈은 혈관 분포가 극히 적기 때문에 열에 매우 민감하고 약하다. 남성의 고환도 체온보다 낮고 열에 민감해 온도가 올라가면 생식세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과적으로 전자파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유전자 변형, 정자 감소, 암이나 백혈병 등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내용들이다.
오는 8월 스마트폰의 전자파 수치를 표기하는 전자파 등급제가 시행된다고 한다. 휴대폰 전자파 등급제는 제품의 본체, 포장상자, 사용자 설명서 표지, 단말기 내 중 한 곳에 전자파 등급 혹은 전자파 흡수율(전자파가 인체에 얼마나 흡수되는가를 나타내는 수치)을 표시하는 내용이다. 또한 스마트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에도 전자파 등급제를 적용할지 검토 중이라고 한다.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머지않아 전자파의 위협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할 수단들이 등장할 것이다. 이미 직물에도 전자파 차단 가공을 하고 그것들을 안감이나 포켓 안에 사용하는 등 부분적으로 전자파를 차단하고 있다. 문제는 전자파로부터 몸을 어떻게 보호하는가 하는 것보다 스마트폰으로 인한 '관계'의 단절이 더 절박하다는 점이다.
온 가족이 만나도 모두들 각자의 스마트폰에 매달려 있는가 하면, 혼잡한 지하철 안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빠져있다. 스마트폰은 발전(?)을 거듭하며 더욱 사랑받는 기기가 될 것이고, 그것은인간들을 더욱 고립시켜 삶을 고독하고 어렵게 할 것이다.
모리나가가 패션을 통하여 외치는 이 외침은 이 시대에 가장 적절한 절규일지도 모른다. 현대사회를 옥죄고 있는 스마트폰의 폐해에 대한 고발이라는 측면에서 설득력이 매우 큰 듯하다. 그러나 그의 제안이 문제 해결의 답은 아닌 것 같다. 전자파가 차단되는 소재의 옷으로 전신을 감싸면 전자파는 차단되겠지만 그 속에 갇힌 인간은 또 다른 단절 속에 갇혀야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큰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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