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5년간 14억 투입"…자사고들 "등록금 형평성 어긋나" 반발
[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일반고 전성시대' 정책에 본격 시동이 걸리면서 조만간 재지정 여부에 대한 평가를 앞두고 있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들의 '자진 전환'을 유도하는 지원책이 나왔다. 서울시내 자사고가 자발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할 경우 5년간 최대 14억원의 예산을 주고, 과도기 동안 '서울형 중점학교'로 지정돼 자율권을 유지하게 하는 방침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접근이 아닌 졸속 시행'이라는 자사고들의 반발이 거세 향후 추진 과정에 혼란이 예상된다.
서울시교육청이 17일 발표한 '일반고 전환 자율형 사립고에 대한 지원 방안'에 따르면, 일반고로 전환하는 자사고는 5년간의 과도기 동안 '서울형 중점학교'로 지정돼 10억~14억원의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다. '서울형 중점학교'란 학생들의 희망이나 진로에 따라 인문사회계열(외국어·인문학·신학 등), 예술·체육계열, 자연계열 가운데 중점 지도 영역을 선택해 2~8개 학급을 특색 있게 운영하는 개념이다. 교육과정에 자율권이 주어지고, 학생을 우선 추첨·선발할 수 있다.
예컨대 '인문학+과학' 중점학급을 개설하는 식으로 2개 이상의 과정을 운영하는 경우 5년간 총 14억원, 1개를 운영하면 10억원을 지원받는다. 중점학급은 개설하지 않지만 이외에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할 경우에도 10억원을 받게 된다. 또 이들 자사고는 희망에 따라 혁신학교로 전환할 수도 있다. 다만, 중점학교와 혁신학교 예산을 중복해서 받을 수는 없다. 한편 현재 자사고에 재학 중인 학생들에 대해서는 학교가 전환되더라도 졸업할 때까지 기존 교육과정의 운영이 보장된다고 서울시교육청은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원책이 자사고의 자진 전환을 유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사고 관계자들은 우선, (내년)신입생과 2~3학년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시교육청의 대책에 따르면 '일반고로 전환된 자사고'에 입학하는 신입생은 일반고의 등록금을 내며 '중점학교' 지정에 따른 지원을 받게 된다. 그러나 2·3학년은 일반고의 3배가 넘는 기존의 등록금을 계속 내야 하는데 이를 학부모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서울자사고연합회장인 김용복 배재고등학교 교장은 "돈의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며 "2·3학년 학생들의 등록금 납부 유예나 대거 전학이 예상될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7일 대책 발표 직후 자사고마다 학부모들의 문의와 항의 전화가 끊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내 자사고 교장단은 대체로 "매우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속히 교장단 회의를 열어 최소한 학교 운영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대책을 촉구할 계획이다.
조만간 있을 회의에서 교장단이 어떤 목소리를 모을 것인지와 관련해 김 교장은 "일반고 역량 저하의 원인을 자사고 학생 6600여명(서울시내)에게 돌리는 것은 근본적인 접근이 아니다"며 "교육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전제하에, 자사고 폐지가 아니라 일반고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지원 방안에 이 같은 허점이 드러나는 데 대해 "자사고가 자발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려는 방안의 하나로 좀 더 자세하고 종합적인 방안은 추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지원책은 조 교육감 취임 후 지표를 보강해 더 엄격하게 이뤄질 재지정 평가 전에 자사고가 직접 신청을 해야만 적용되는 것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평가 후 기준에 미치지 못해 지정이 해제되면 이 같은 지원은 당연히 전혀 없다"며 자사고에 대한 엄격한 평가 의지를 분명히했다.
신청 기간은 자사고 평가가 마무리되는 8월13일까지며, 지원 방안은 올해 평가대상인 14곳뿐 아니라 나머지 모든 자사고에도 적용된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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