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리뷰]"거진 8살"을 연기하는 조정석의 능청스러움…'블러드 브라더스'

시계아이콘01분 41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셜리 발렌타인'의 극작가 윌리 러셀의 작품..1983년 웨스트엔드 초연

[리뷰]"거진 8살"을 연기하는 조정석의 능청스러움…'블러드 브라더스'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에서 조정석은 유치원생부터 성인까지 20여년의 세월을 별다른 분장 없이 연기해낸다.
AD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두 개의 큰 줄기로 갈라진 나무 한 그루가 무대를 장식하고 있다. 뿌리는 같지만 서로 다른 쪽을 향해 뻗어나가는 두 줄기는 쌍둥이 형제 '미키'와 '에디'의 운명과 닮았다. 한날한시에 태어난 이 형제의 비극은 이들 사이에 계급격차가 생기면서 시작된다. 여기에 삼각관계와 출생의 비밀까지 겹치면서 이들의 운명은 더욱 꼬여만 간다.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는 존스터 부인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한 때 마릴린 먼로처럼 춤추고 노래하길 좋아하던 숙녀는 결혼과 동시에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면서 억척스러운 아줌마로 변한다. 철없는 남편은 떠나가 버리고, 홀로 생계를 책임지던 존스터 부인은 이웃 저택에 가정부 일자리를 구한다. 그녀의 뱃속에는 쌍둥이 아이가 들어 있는 상태였다.


그 때 이웃 라이언스 부인은 이 아이들의 운명을 결정짓게 될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아이를 원하는 라이언스 부인은 쌍둥이 중 한 명을 아무도 몰래 자신에게 달라고 요청하고, 생계에 허덕이던 존스터 부인은 이에 응한다. 이렇게 해서 미키는 생모인 존스터 부인이, 에디는 부유한 라이언스 부인이 키우게 된다.

작품의 묘미는 배우들이 연기하는 미키와 에디의 어린시절 부분이다. 배우 조정석은 축 늘어진 스웨터를 입고 "거진 8살"이라고 주장하는 7살 '미키'를 소화한다. 장난끼 많고, 자유분방한 미키는 화가 나면 어른 욕도 하고, 기분좋으면 소파 위에 올라가서 팔짝팔짝 날뛰고, 손가락으로 소변보는 흉내도 곧잘 낸다. 표정에서부터 말투, 걸음걸이 등 영락없는 7살 조정석이 등장할 때마다 관객석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미키'는 우연히 또래인 '에디'를 만나게 되고, 이 둘은 서로에게 이끌려 의형제를 맺는다. 서로의 존재를 모르게 하려는 엄마들의 노력이 물거품되는 순간이다. '블러드 브라더스'가 말 그대로 피를 나눈 형제라는 뜻인 것처럼, 이 둘은 영원히 함께 있겠다는 피의 의식도 치른다. 배우 오종혁 역시 온실 속에서 곱게 자라난 '에디'를 자연스럽게 소화한다.


[리뷰]"거진 8살"을 연기하는 조정석의 능청스러움…'블러드 브라더스' 쌍둥이 형제의 비극적인 운명을 다룬 작품 '블러드 브라더스'


이들의 어린 시절을 다룬 1부에 비해 2부의 분위기는 사뭇 심각하다. 1960~1970년대 영국 공업도시 리버풀이란 배경도 한 몫 한다. 학창시절을 거치고, 사회에 진출하면서 둘 간의 경제적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공장에 나가는 '에디'와 대학을 다니는 '미키'의 사이는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 급기야 어린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왔던 '린다'가 이 둘 사이를 오간다. 이 모든 과정은 이들의 운명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히 알고 있는 나레이터에 의해 설명된다.


작품은 연극 '리타 길들이기', '셜리 발렌타인'으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영국의 극작가 윌리 러셀의 대표작이다. 1983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뮤지컬로는 첫 선을 보였다. 지난 달 내한한 연출가 글렌 월포드는 "뮤지컬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작품"이라고 '블러드 브러더스'를 소개했는데, 작품을 보면 그의 말에 수긍이 간다. 배우들의 퍼포먼스보다는 연기력이, 노래보다는 스토리가 훨씬 중요하게 작용한다. 연극에 가까운 뮤지컬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흥미롭게 전개되던 이야기는 마지막 종착역에 가서 갑작스레 끝나 버린다. 관객들이 여운을 느낄 새도 없이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몰아닥치고, 제대로 된 감정의 교류 없이 비극적인 결말이 성큼 다가온다. 뮤지컬치고는 주인공들의 노래 분량이 적은 것도 팬들의 입장에서는 다소 섭섭하게 느껴질 법한 요소다. 특히 3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조정석의 솔로 넘버가 한 두 곡에 그친 점이 아쉽다. '미키' 역에는 송창의, '에디' 역에는 장승조가 더블 캐스팅됐다. 9월14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