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이달부터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시행되면서 제약업계에서 '헌신 마케팅'이 뜨고 있다.
리베이트 투아웃제란 1년 안에 두 번 이상 리베이트가 적발된 경우 건강보험에서 영구 삭제되는 제도로, 건강보험에 등록된 의약품 위주로 처방하는 국내 제약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해당 의약품은 '사망선고'를 받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제약사 영업사원들이 의약품 판매를 위해 '금품'을 제공하는 대신, '마음'을 사로잡는 스킨십을 확대하고 나선 것이다.
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제약사 영업사원들은 최근 담당하는 병원을 찾는 횟수가 늘었다. 리베이트 투아웃제로 뒷돈을 건낼 수 없는 상황에서 제약사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병원 문턱이 닳도록 얼굴 도장을 찍는 방법뿐이라는 판단에서다. 공급가격을 인하는 그동안 약가인하 정책 등의 여파로 가격을 더 떨어뜨릴 여지가 없다는 것이 제약업계의 설명이다.
리베이트 없이 의약품을 계속 공급하기 위해선 의사나 약사의 감성에 호소하는 영업 전략을 펴고 있다. 제약사 영업맨들은 학술정보를 비롯한 최신 의료정보를 무장하고 병원을 찾는다. 무작정 찾아가기 보단 의사의 관심사 등 '이야기 꺼리'를 갖고 만나는 것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서울의 큰 대형병원의 경우 최신 의료기술이나 학술정보를 빠르게 접하지만 작은 의원급이나 지방의 병원들은 정보가 늦다"면서 "정보를 갖고 찾아가면 아무래도 의사들에게 도움이 되니까 많이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국심 마케팅'도 뜨고 있다. 신약을 보유한 국내 제약사들은 다국적 제약사의 의약품보다 토종 신약을 처방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의약품 안내 책자표지에 독도 사진 등을 넣어 의료인들의 애국심을 일깨우기도 한다.
몸으로 때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한 제약사 영업직원은 주말에도 출근, 의사들의 운전기사를 자청하고 있다. 골프장까지 데려다준 후 라운딩이 끝날 때까지 주변에서 기다리다 집으로 '모셔다'주는 일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사가 영업사원에게 운전대를 맡겼다는 것은 그만큼 신뢰한다는 것"이라며 "주말까지 반납하면서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어도 마음을 얻기란 쉽지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리베이트 투아웃제로 대형 제약사만 타격을 볼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매출 상위 제약사의 경우 리베이트를 하다 적발되면 회사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은 물론 의약품을 못팔아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영세 제약사들은 '잃을 것이 없는' 만큼 리베이트를 통해 대형제약사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다같이 리베이트를 하지 않으면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있겠지만 잃을 것이 없는 작은 제약사들은 충분히 리베이트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면서 "요즘처럼 비슷비슷한 의약품이 많은 상황에서 목숨 걸고 리베이트 하는 쪽이 훨씬 유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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