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국내 유명 제약회사 영업직원 A씨는 최근 회사로부터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곧 실시되니 앞으로 리베이트 영업은 절대로 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리베이트로 관리하는 거래처가 많은 A 씨는 회사 차원에서 리베이트를 강하게 제한하니 앞으로 영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아졌다. 영업현장에서는 리베이트를 관행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곳이 많은데 이를 무시할 시 주요 거래처를 빼앗길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리베이트 투아웃제 시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제약사들이 내부단속 강화에 나서는 등 제약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관행적으로 해오던 리베이트 영업을 갑자기 그만두게 되면 매출 감소에 대한 부담 역시 존재하는 만큼 일선 영업현장의 혼란은 당분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제약협회는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제약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리베이트 약제 급여정지·삭제법 시행과 제약산업 관련 설명회를 개최했다. 리베이트에 두 번 적발되면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뜻에서 리베이트 투아웃제라고 불리는 해당 법이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전문의약품의 경우 보험 급여목록에서 1개월만 정지되더라도 병의원 처방이 사실상 어려워 품목 삭제에 버금가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음성적으로 리베이트 영업을 해왔던 제약회사들은 내부 단속을 강화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제약협회는 제약업계에서 리베이트 영업방식을 가장 적극적으로 바꾸고 있는 한미약품과 한독 등 일부 제약회사들의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CP) 운영사례를 설명회 참석자들에게 소개했다.
한미약품은 공정거래 준수를 위해 사전모니터링 시스템도 가동해 총 100건 이상의 문의 및 답변을 하는 등 불공정 관행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웅제약도 올 들어 공정거래 준수 전담부서인 컴플라이언스팀을 신설하고 리베이트 근절에 나섰다. 이 밖에도 한독, 코오롱제약 등 다른 유명 제약회사들도 리베이트 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준법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제약회사들의 이 같은 노력에도 아직 상당수 제약회사의 영업담당 직원들이 리베이트에 의존하는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복제 의약품을 팔아야 하는 영업직원 입장에서 경쟁회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인 리베이트가 여전히 큰 효과를 내고 있어서다.
거래처별로 다양한 영업방식이 쓰이는데 불법과 합법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도 리베이트가 지속되는 이유 중에 하나로 꼽힌다. 이에 따라 영업현장에서는 이번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영업의 실제 현실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제도라는 비판도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리베이트 영업이 생기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없애야 하는데 정부는 너무 처벌만 강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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