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결국 인수포기…자율협약으로 급선회한 동부는 지금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김혜민 기자] 동부그룹이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분리매각을 통해 총 얼마만큼의 부채를 정리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포스코의 인수 포기로 두 곳에 대한 매각 방식이 당초 패키지 매각에서 분리매각으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분리매각으로 동부가 확보할 수 있는 금액에 따라 동부그룹 전체에 대한 구조조정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
25일 금융권과 업계에 따르면 동부그룹은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의 분리매각을 통해 최소 1조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패키지 매각 추진 시 언급했던 1조5000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동부는 당시 희망 매각가로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1조2000억원, 동부발전당진은 3000억원 가량을 산정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이보다 낮은 가격을 예상하고 있다. 특히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시장에서 매력이 떨어진 상황이라 제값을 받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한다. 이미 공급 과잉인 컬러강판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동부제철 인천공장의 경우 인수희망자가 없는 상황이라 매각가를 산정하기도 쉽지 않다"며 동부의 예상보다 매각가가 낮을 수 있음을 암시했다.
동부제철의 지난해 말 기준 차입금은 2조6000억원으로 부채를 털어내기 위해서는 인천공장을 신속히 팔아야 한다. 이르면 다음 달 초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돼 다음달 7일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700억원에 대한 차환발행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앞으로의 구조조정 속도에 따라 자율협약보다 강도가 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갈 수도 있다.
동부발전당진은 매각작업이 상대적으로 순조로울 전망이다. 향후 매각추진 방향을 결정하기로 한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달리 동부발전당진은 이달 중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 절차를 개시한다. 그만큼 관심을 갖는 인수희망자가 많다는 의미다. 패키지 인수를 포기했던 권오준 포스코 회장 역시 "별도 매각이 추진되면 (동부발전당진은) 고민해보겠다"며 인수전 참여에 여지를 남긴 상태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동부발전당진 역시 동부가 희망했던 3000억원으로는 팔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경쟁이 가능한 구조여서 매각가격이 올라갈 수도 있지만 2000억원대에서 매각가격이 결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동부가 내놓은 총 2조7000억원 규모의 자산매각 계획 중 절반 이상이 이 두 곳의 패키지 매각으로 얻을 수 있는 자금이었다. 동부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자구계획 중 현재까지 매각이 완료된 자산은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3100억원, 동부특수강 1100억원, 동부당진항만 1500억원 정도여서 두 곳의 원활한 매각 여부에 동부그룹 운명이 달린 셈이다.
한편 동부그룹의 제조 계열사 주축인 동부제철이 채권단에 넘어가면서 동부건설, 동부대우전자, 동부하이텍 등 다른 제조 계열사들도 순차적으로 비슷한 운명에 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결국 동부그룹은 사실상 동부화재 등 금융계열사만 남게 된다는 것이다.
동부하이텍은 잠재 인수 대상자들에게 투자 안내서가 발송된 상태이며, 동부메탈 등 나머지 물건은 인수자를 물색 중이다. 이제 겨우 숨통이 트인 동부대우전자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이 회사는 지난 10여년 동안 주인이 바뀌고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3월 동부 품에 안겼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경영권 유지를 위해 금융 계열사를 지킬 것으로 전망된다. 김 회장은 금융사인 동부화재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동부화재는 동부증권(19.9%), 동부생명(92.9%) 등의 지분을 보유하며 사실상 금융지주회사의 성격을 갖고 있다. 김 회장 일가의 동부화재 지분율은 31.33%에 달한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의 추가 지원과 제조 계열사들의 매각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경우 제조 계열사들은 채권단에 넘어갈 것으로 우려된다"며"채권단의 추가 담보 압박이 이어질 경우 금융 계열사 지분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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