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위너(good winner)'보다 '굿 루저(good loser)'가 존경 받는 사회다.
필자가 지난주 경기도 H골프장 클럽챔피언 결승전의 경기위원을 하면서 얻은 경험이다. 18홀 매치플레이 직후 승자가 결정됐다. 패자는 그러나 엄청난 분노를 표출하면서 챔피언과 캐디에게 욕설과 모욕적인 언사를 퍼부었다. 한국 골퍼들은 프로와 아마추어를 막론하고 쉽게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1등만을 알아주는 사회 풍조 때문이다. 올릭픽에서는 금메달, 골프에서는 우승을 해야 알아준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 한다"는 강박감 때문에 훌륭한 패자라는 건 아예 생각할 수가 없다. 하지만 스코틀랜드에서는 어려서부터 에티켓과 지는 매너를 먼저 배운다. '굿 위너(good winner)'가 되는 것보다 게임에 패배해도 훌륭한 태도를 갖는 '굿 루저(good loser)'를 선망한다.
"A good winner and a great sweet Losers"라는 말이 있다. "좋은 승자인 동시에 훌륭한 패자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패자에는 두 종류가 있다. 'Good loser'는 불평 없이 진 것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패자다. 진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불평하면서 상대에게 전가시키는 패자는 'bad loser' 또는 'sore loser'라고 한다.
미국인들은 "좋은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훌륭한 패배자를 경험해야 한다(In order to be a good winner you had to be a good loser)"라고 역으로 가르친다. 다른 문장으로 표현하면 "멋진 패자가 되는 것이 어려운 만큼 멋진 승자가 되는 것도 어렵다(It is hard to be a good winner, as it is to be a good loser)"는 말이다.
골프 정신은 매너가 출발점이다. 세련된 지성과 페어플레이 정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같은 골프장 회원끼리 챔피언 타이틀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면 품위와 존경심을 가지고 상대를 대하고 그 결과가 어떻든 수용해야 한다. 패배도 넉넉히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이 아니라면 우승해도 의미가 없다. 물론 멋진 승자와 패자 중 어느 쪽이 더 어렵냐고 묻는다면 답은 후자일 것이다.
세계적인 골프대회를 시청하다보면 한치의 양보도 없이 최선을 다하다가도 우승자가 결정되면 서로 악수를 하면서 축하와 위로를 해주는 아름다운 장면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박세리가 1988년 US여자오픈 우승 당시 패자에 대한 예의를 갖추지 않고 아버지와 그린에서 서둘러 포옹하는 장면이 비쳐지면서 외국 언론의 질타를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지는 것도 명예로운 풍토가 아쉽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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