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사태 확산…국제유가 급등 우려 확산
환율하락에 채산성 악화된 수출기업 '이중고'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이라크 사태가 확산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흥국 경기 침체와 원화강세로 수출 시장에 빨간불이 켜진 우리 경제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로 확산되고 있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생산 여유분과 비석유수출기구(OPEC)의 증산 등으로 이라크 사태가 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6일 외신 등에 따르면 이라크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 국가(ISIL)'가 모술, 티크리트를 점거한 데 이어 이라크 최대 정제시설인 베이지(Baiji) 정유공장 점거를 시도 중이다. 일부 베이지 정제시설은 가동을 중단했으며,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에서 터키로 연결되는 일 60만배럴 규모의 수출 송유관에 대한 정비 작업도 멈췄다.
이라크 최대 규모의 정제시설이 위치한 베이지에 대한 공격에 따라 정유시설의 피해 규모는 앞으로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라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2위 산유국으로 하루 원유 생산량은 올해 2월 기준 360만배럴에 달한다.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비상사태 선포를 위해 의회에 긴급 회의 소집을 요청하고 전 군경에 최대의 경계 태세를 지시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말리키 총리는 "이라크 원유 수출량인 하루 약 260만배럴은 모두 이라크 남부 바스라 터미널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어 원유 수출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 유가는 출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배럴당 109.51달러에 마감해 110달러 선을 위협했다.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배럴당 113.41달러,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가격은 배럴당 106.91달러로 전날보다 각각 0.39달러, 0.38달러 올랐다.
이처럼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에게는 그만큼 부담이 커진다. 특히 원유 수입의 80% 가량을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어 두바이유 가격 급등에 더욱 민감한 상황이다.
지난달 올들어 처음으로 중국과 아세안 수출이 감소로 돌아섰으며,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 LCD, 무선통신기기 등 수출이 줄면서 수출 시장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환율 하락이 장기화되면서 수출기업 채산성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 여기에 유가 급등까지 더해지면 생산 비용이 증가해 기업들이 부담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다만 아직까지 유가 변동폭은 예상 범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올해 원유가 전망을 최고 117.68달러까지 전망한바 있다.
이달석 연구원은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 원유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세계 석유공급이 하루 70만배럴이 감소하는 것을 기준으로 추정했다"며 "전반적으로는 비OPEC 공급확대와 미국 달러화 강세로 유가는 하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진호 우리선물 연구원은 "이라크 내부 분쟁이 북부에서 남부로 확산되지만 않는다면 이라크 분쟁이 국제 유가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사우디는 현재 하루 250만배럴 수준에 이르는 여유분의 원유를 보유 중으로 OPEC 내 원유 생산 부족분과 수요 증가분에 대한 대비를 해놓은 상태"라고 전망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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