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온전한 인적 구성 완료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토론의 장(場), 공론의 장(長)으로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가능성이 열렸다. 12일 방통위 4층 대회의실. 3기 방통위가 출범하고 처음으로 최성준 위원장과 4명의 상임위원이 자리를 함께 했다. 자격논란으로 그동안 임명되지 못했던 야당 추천 고삼석 상임위원이 임명장을 받고 처음 자리하는 전체회의였다. 고 위원은 다른 위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얼굴 표정도 밝았다. 최성준 위원장이 회의 시작을 알리고 난 뒤 고 위원의 '모두 발언'이 이어졌다.
고 위원은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보도참사'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언론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실망이 크다"며 "이를 두고 '한국 언론, 방송은 죽었다'는 표현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방통위는 그동안 눈을 감고, 입을 닫았다고 지적했다.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방송과 통신을 비롯한 미디어는 기본적으로 소통의 수단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송과 통신의 공공성과 공익성 구현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방안이 절실하다는 주장이었다. 방송과 통신영역이야말로 "돈보다 사람이, 기업보다 소비자가, 사익보다는 공적 가치와 이익"이 더 강조돼야 함을 역설했다.
그는 '군자무본(君子務本)'이란 사자성어를 인용했다. 이 말은 "사람이든 조직이든 근본에 충실하면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다"며 "제3기 방통위 임기 동안에는 대화와 타협, 존중과 배려, 이해와 양보 등이 위원회 운영의 기본 원리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끝맺었다.
고 위원의 '모두 발언'에 대해 청와대 추천인 이기주 위원은 "(고 위원의 발언 중)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노력해야 하는 것도 있는데 많은 부분 의견을 달리하는 측면도 있다"며 "고 위원의 모두 발언을 기점으로 3기 방통위가 어떤 정책방향을 가져 갈 것인지 총론을 두고 토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5명의 위원이 모두 제 자리를 찾은 만큼 이제 '토론의 장, 공론의 장'으로서의 방통위 역할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고삼석, 이기주 위원의 발언을 모두 들은 최성준 위원장은 "(두 위원의 말처럼)내부 정책과제 워크숍을 준비하자"며 "정해진 날짜의 워크숍 이외에도 시간을 정하지 않고 논의 내용이 있으면 언제든지 서로 입장을 이야기하고 공론을 모으자"고 마무리했다.
세월호 침몰사건 보도참사, KBS 길환영 사장 사퇴, 지상파와 유료방송업체간 월드컵 재전송료 갈등 등 그동안 방통위는 방송을 둘러싼 문제가 불거져도 적극 나서지 않았다. 관련 근거가 없다, 법이 없다며 뒷짐만 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토론과 공론의 장'으로 방통위를 자리매김하자는데 이견을 제시한 위원은 없었다. 방통위가 토론의 장(場)을 통해 공론의 장(長)으로 확실히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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