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프로야구 넥센의 붙박이 소방수 손승락(32)이 지난 9일 1군에서 제외됐다. 8일 두산과의 목동 홈경기에서 팀이 8-5로 앞선 8회 2사 뒤 등판해 1이닝 동안 4피안타(2피홈런) 6실점하며 팀 승리를 지켜내지 못했다. 오른쪽 어깨 통증으로 투구 밸런스가 흐트러졌다.
10일 염경엽 넥센 감독(46)은 “(손)승락 정도의 경력이면 밸런스가 무너져도 스스로 변화를 줘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 점이 준비가 안 돼 있었다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2군에 머무르는 동안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했다.
염 감독은 손승락의 빈 자리를 채울 적임자로 한현희(21)를 택했다. 새로운 보직을 받은 뒤 열린 첫 경기(10일 삼성)에서는 등판 기회를 잡지 못했다. 두 팀이 5-5로 맞선 9회초 강우콜드로 경기가 종료됐기 때문이다.
한현희는 2012년 넥센에 입단한 뒤 줄곧 중간계투로 활약했다. 마무리로 마운드에 선 건 지난해 7월 23일 두산과의 목동 홈경기 8회 2사 뒤 등판한 것이 유일하다. 그는 염 감독이 시즌 초 구상했던 필승조(선발투수-조상우-한현희-손승락)의 일원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예순아홉 경기 5승 1세이브 27홀드 평균자책점 3.21로 생애 첫 홀드 부문 1위를 차지했고, 올 시즌도 10일 현재 스물일곱 경기 1승 1패 14홀드 평균자책점 3.41로 홀드 단독선두를 달리고 있다.
한현희는 사이드암 투수로 직구 최고구속이 시속 150㎞까지 나온다. 빠른 공을 던진다는 점이 마무리로 낙점 받은 가장 큰 이유다. 공을 옆으로 던지면서도 투구동작이 간결하다. 변화구는 주로 슬라이더를 던지고, 체인지업을 곁들인다. 특히 2012년 시즌 중 당시 정민태 투수코치(44·현 롯데 투수코치)의 제안으로 익힌 체인지업은 2스트라이크 이후 유인구나 땅볼을 유도하는 공으로 활용한다.
마무리로서 다소 부족한 부분은 왼손타자 피안타율이다. 올 시즌 한현희는 오른손타자와의 승부에서 피안타율 0.186로 강했다. 반면 왼손타자 피안타율은 0.365로 두 배가 넘는다.
시즌을 거치면서 투구 패턴이 노출됐고, 여기에 제구에서 애를 먹으며 볼카운트 승부를 유리하게 가져가지 못했다. 마무리투수가 1~3점차 승부에서 등판하고, 긴장된 상황에서 마운드를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 불안한 제구는 불안요소다. 염 감독은 “(한)현희에게는 블론세이브를 해도 좋으니 자신감 있게 하라고 주문했다”며 “3년차 투수에게 마무리를 맡겼다. 감독으로서 이해하는 부분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넥센은 한현희를 마무리로 돌리는 대신 집단불펜체제를 가동한다. 마정길(35)과 김영민(27), 강윤구(24) 등이 한현희의 앞을 책임진다. 한현희는 “마무리에 오래 있지는 않을 것 같다. (손)승락 선배가 돌아올 때까지 주어진 역할을 잘 해내고 싶다”고 짧게 답했다. 염 감독은 손승락의 복귀시점을 정해두지 않았다. 주전 마무리가 전력에서 빠졌지만 열흘이든 보름이든 경과를 지켜보고 다시 1군에 올릴 생각이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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