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한국휴게음식업중앙회가 9일 커피 적합업종 신청을 없던 일로 했다. 표면적 이유는 오는 10일 예정된 대기업과의 상행협약이지만 중앙회 간부들이 "정부의 규제완화 기조에 맞지 않는 것 아니냐"며 몸을 사린 탓이 크다.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적합업종을 '나쁜 규제'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하는 동반성장위원회로서는 입맛이 쓸 수밖에 없다. 동반위는 '규제개혁에 힘을 싣겠다'는 정부 발표 이후에도 '적합업종은 착한 규제'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적합업종이 소상공인들의 골목상권을 지키고 중소기업의 경영에도 큰 도움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산업계가 적합업종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중적이다. 중소기업은 42%가 경영에 도움이 됐다고 보지만 대기업은 세 곳 중 한 곳이 경영에 지장이 있다고 답했다. 적합업종이 중소기업이 아닌 외국계 기업의 숨통만 틔워줬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지난 5일 동반위가 개최한 적합업종 관련 공청회에서는 '적합업종 폐지론'까지 나왔다. 박근혜 정부 첫해까지만 해도 '경제민주화의 핵심'으로 여겨졌던 적합업종의 추락을 엿볼 수 있다. 앞으로 정부가 규제완화에 힘을 실으면 이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동반위의 리더십도 위기다. 지난 4월말 임기가 만료된 유장희 위원장의 후임이 2개월째 확정되지 않고 있다. 유 위원장이 전임 위원장 자격으로 위원장 역할을 하고 있지만 리더십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연내 82개 적합업종을 재지정하고 금융ㆍ의료에 대한 동반성장지수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불안하다.
동반위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적합업종을 나쁜 규제로 몰아가는 대기업들을 설득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자율협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것도 대안이다. 정부도 하루 빨리 후임 위원장을 확정해야 한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인 적합업종을 '죽은 제도'로 만들 수는 없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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