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은석 기자] 이번 6·4 지방선거 결과는 여야의 정치 지형도 뒤흔들 것으로 전망된다.
세월호 참사로 코너에 몰린 여권은 선거 결과에 따라 당·정·청 모두가 '쇄신' 후폭풍을 빗겨가기 어렵고 상대적으로 유리한 여건 속에서 선거를 치른 야당도 의미있는 성적표를 받지 못할 경우 조기 전당대회 등 내홍에 휩싸일 개연성이 크다.
하지만 승리 공식은 막판까지 안개속인 이번 선거 만큼이나 복잡하다. 새누리당은 지난번 수준의 지방정부를 꾸릴 수 있어야 선거 후폭풍을 견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새누리당은 경기·대전·세종·대구·경북·경남·부산·울산·제주 등 9개의 광역단체장을 갖고 있다. 세월호 참사 여파를 고려할 때 이번 선거에서도 9개의 광역단체장만 차지해도 절반의 성공이라 할 수 있지만 문제는 어느 지역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체감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3곳의 광역단체장 성적표는 직전 성적과 상관없이 불러올 정치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은 비록 새누리당 차지가 아니었다 해도 패할 경우 내상이 클 수밖에 없고 수성 입장인 경기지사를 내 줄 경우 상처를 입을 당내 인사들이 적지 않다. 인천시장 결과는 책임론이 곧바로 청와대로 향할 수밖에 없어 여권이 가장 긴장하고 있는 곳으로 꼽힌다.
막판까지 혼전을 펼치고 있는 텃밭 부산과 중원의 핵이라 할 수 있는 대전도 경합지역으로 분류되고 있어 두 지역의 결과도 전체 성적표와 별개로 여권에 대형 폭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은 차기 당권을 노리는 김무성 의원에게, 대전은 첫 충청 원내대표를 맡은 이완구 의원의 입지를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만일 새누리당이 최악의 여건 속에서도 주요 지역의 수성과 직전과 같은 수준의 광역단체장을 차지한다면 주류인 친박근혜계는 재결집하고 7월에 있을 전당대회에서도 유리한 입장에서 치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개혁 드라이브도 재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당권은 비주류로 이동하고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일정부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서울을 포함 현역 단체장 지역인 7곳에서 승리할 경우 선거 후폭풍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국면에서 선거를 치르는 만큼 그 이상의 성적표를 받아야 제1야댱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무엇보다 최대 승부처인 서울과 통합진보당 후보 사퇴로 '야권 연대'가 성립된 경기와 인천까지 수도권을 모두 승리해야 후반기 국회 주도권을 쥐고 차기 정권 탈환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무소속에 후보 자리를 내줬지만 새누리당의 안방인 부산을 차지할 경우 대승이라 할 만하다. 여기에 막판 혼전으로 바뀐 대전까지 승리하며 중원을 확보한다면 향후 총선과 대선에서도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도 텃밭 '광주'가 문제다. 당내 거센 반발을 감수하며 전략공천을 강행한 광주에서 무소속에 패할 경우 타 지역 선거 결과와 별개로 적잖은 내홍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안철수 공동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급격히 위축될 수밖에 없고 김한길 공동대표도 당 운영에 부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지방선거란 외풍을 견디기에는 기초체력이 약하다. 승리할 경우 당 통합 과정에서 불거진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리더십 논란이 잦아들겠지만 패할 경우 문재인 의원을 비롯한 친노무현계와 당내 강경파들의 지도부 교체 요구가 빗발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은석 기자 cha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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