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협력 가속화 예상…정치·외교는 '글쎄'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 나렌드라 모디 신임 인도 총리의 경제정책, 다시 말해 '모디노믹스(Modinomics)'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인도 국민만이 아니다. 다른 나라 정부들도 모디 총리의 당선으로 자국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그동안 모디와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온 미국의 속내는 더 복잡하다. 미국은 과거 입국 비자 거부 등 모디와 갈등을 빚었다.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겠다는 모디 총리는 후보 시절부터 규제 철폐와 해외투자 확대 같은 강력한 경제개방 정책을 예고했다. 그의 성장 중심 정책은 주변국은 물론 인도의 3위 교역국이자 투자국인 미국에도 분명 플러스 요인이다.
미국의 뉴스 사이트 허핑턴포스트는 현재 1000억달러(약 102조2300억원) 수준인 인도의 대미 무역수지가 오는 2020년 5000억달러까지 늘 것으로 최근 예상했다.
인도 경제의 부활은 인도에서 활동 중인 미 기업들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인도는 미국산 무기의 최대 수입국이다. 현재 인도에는 1900여개 미 기업이 진출해 있다. 이들 기업이 고용한 현지 직원은 10만명을 웃돈다.
모디 총리는 인도를 '제조업 허브'로 만들고 세계 첨단 기술의 중심지로 재탄생시킬 계획이다. 그는 전국 인터넷망 구축 등 통신산업 발전과 각종 인프라 투자, 연구개발(R&D) 사업 확대도 약속했다. 이들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미 기업들에는 무한한 기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모디의 당선으로 미국이 웃을 수만도 없는 입장이라고 지적한다. 미 경제 격주간지 포천은 모디 정부의 출범으로 인도가 효율성과 경제 고속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지언정 민주주의·인권·복지·다양성에서는 후퇴할지 모른다고 분석했다.
구자라트주(州) 주지사 시절 모디는 10년 동안 눈부신 지역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친(親)기업적이고 소통에 취약한 독재자의 면모도 드러냈다.
2002년 구자라트주에서 힌두교도와 무슬림 사이에 유혈충돌이 일어난 바 있다. 하지만 힌두민족주의자인 모디는 이를 수수방관했다. 당시 사건은 미국이 2005년 모디에 대한 입국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비자 거부, 인도 여성 외교관 알몸 수색 등 일련의 사건으로 미국에 대한 모디 총리의 불신이 강한 듯하다고 보도했다. 그는 지난 26일(현지시간) 취임식에 앙숙인 이웃 파키스탄의 나와즈 샤리프 총리를 전격 초청했다. 하지만 동시에 '강한 인도 건설'을 소리 높여 외쳤다.
모디 총리 시대는 성장우선주의와 힌두민족주의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는 게 많은 전문가의 예상이다. 인도가 경제적으로 대미 협력을 강조하면서 정치·외교적으로는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디 총리의 한 측근은 "그가 미국에 속내를 드러내지 않을 것"이라며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린다는 전략으로 미국을 안달 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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