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초동여담]'사우나'엄마와 '특별시'아빠

시계아이콘01분 06초 소요

[초동여담]'사우나'엄마와 '특별시'아빠 -
AD

장면 1. 새로 문을 연 사우나에 엄마가 두 딸을 데리고 들어선다. 주인이 큰 아이를 가리키며 묻는다. "혹시 초등학생?" 엄마가 손사래를 치며 답한다. "에이~ 유치원." 뭔가 어색한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우물쭈물하던 큰 아이가 계산이 끝나자 나지막이 속삭인다. "엄마, 나 초등학생 맞잖아." 둘째도 나선다. "언니, 나랑 같은 유치원생이야?" 당황한 엄마가 눈을 흘기며 애먼 두 딸에게 화풀이다. "빨리 들어가기나 해!"


장면 2. 얼마 전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사한 가족이 주말 나들이로 한적한 시골을 찾았다. 우연히 마주친 동네 촌로가 묻는다. "어디서 오셨수?" 아빠와 아들이 동시에 입을 뗀다. "서울이요."(아빠) "경기도요."(아들) 촌 사람이 촌 구경 왔구나, 하고 생각할까봐 서울이라고 답한 아빠, 그런 아빠가 순간 낯설어진 아들. '아빠, 왜 그랬어'라고 묻는 듯한 아들의 시선을 피해 아빠는 먼 산만 쳐다볼 뿐.

거짓말은 나이가 들수록 잘 익는다. 아이들은 아직 서툴다. 동화 속 피노키오나 양치기 소년은 어른들이 만들어낸 캐릭터다. 거짓말을 경계하자면서 정작 어른들이 거짓말에 익숙하다. 거짓말 심리학자 로버트 펠드먼에 따르면 사람들은 10분에 3번 정도 거짓말을 한다. 1시간에 18번, 하루에 무려 432번.


너무 많다고 놀랄 건 없다. 대부분 작고 가볍고 착한 거짓말이다. 컨디션이 엉망인 동료에게 "오늘, 헤어스타일 좋다"고 칭찬하거나, 시험을 망친 아이에게 "그 정도도 잘했어"라고 위로하거나, 원수 같은 상사이지만 만나면 환하게 웃어주거나. 한번 웃고 넘어가면 그만이라는 점에서 '사우나' 엄마나 '서울시' 아빠의 거짓말도 이 범주에 속한다. 소시민들의 작은 일탈이랄까. 문제는 악의적이고 조직적인 '나쁜 거짓말'이다.

6ㆍ4 지방선거를 앞두고 거짓말쇼가 한창이다. 일단 이기고 보자며 상대를 음해하고 모략하는 '입'들이 구린내를 풍긴다. 거짓말을 수습하려고 또 거짓말이다. 그런 거짓말꾼이 권력을 잡은 결과가 세월호 참사다. 300명 넘는 생명을 속절없이 잃었는데도 증거 은폐와 사실 왜곡 시도가 여전히 설친다. 김기춘 비서실장의 증인 채택을 놓고 세월호 침몰사고 국정조사가 멈춰 선 것을 보면 '성역 없는 조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도 거짓말이었나, 싶다. '아니야, 그럴리 없다'며 희생자 가족들은 고개를 흔든다. 그러면 모든 게 무너진다, 그러니 대통령의 약속은 절대 거짓말이어서는 안된다는 피끓는 심정으로 그들은 오늘도 진실을 촉구한다.






이정일 산업2부장 jaylee@asiae.co.kr <후소(後笑)>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