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고액에도 요청은 줄줄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힐러리 클린턴 미국 전 국무장관,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전 재무장관.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공직에서 물러난 뒤 고액 강연료를 받으며 쏠쏠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몸값 비싼 강사 대열에 합류한 이가 또 있다. 바로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 의장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시간) 버냉키 전 의장의 강연료가 미국에서는 1회 20만달러(2억여원), 아시아권에서는 2배인 40만달러 선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한 번의 강연으로 연준 의장 당시 받았던 연봉(20만달러)을 벌고 있는 셈이다. 이미 버냉키 전 의장이 올해 강연 등으로 벌어들일 수입이 수백만달러를 훌쩍 넘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만 달러에 달하는 고액 강연료 부담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강연 요청은 쇄도하고 있다. 그는 FRB 의장에서 물러난 이후 지난 3월 한 주에만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스, 미국 휴스턴 등에서 열린 강연과 행사에 참석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내로라하는 전세계 기업들이 만만치 않은 강연료를 지불하고서라도 버냉키 모셔오기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그의 이력 때문이다. 버냉키 전 의장은 8년 동안 FRB를 이끌면서 미국의 금리ㆍ통화정책을 주물렀다. 그가 현 금리ㆍ통화정책을 짠만큼 금융ㆍ투자회사들은 양적완화 정책의 방향, 금리 인상 시기 배경 등을 듣고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FRB가 내놓는 정책을 예상할 수 있다. 특히 금융ㆍ투자 회사들은 FRB의 금리정책에 따라 수익률이 요동치기 때문에 그의 고액 강의를 기꺼이 들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FRB에서 나오자마자 고용시장에서 일찌감치 품절됐을 법도 하지만 그는 아직 특정 금융ㆍ투자회사에 채용되지는 않은 상태다. 한 회 강연료만 20만달러에 달하는 그의 높은 몸값 때문이다. 이런 비용 부담 탓에 그를 회사에 앉히려던 스위스 최대은행인 UBS는 물론 미국의 대형 금융ㆍ투자회사 골드만 삭스도 버냉키 전 의장을 채용하려던 계획을 일단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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