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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세월호와 숭례문, 같은 뿌리 두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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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화재로 소실된 국보1호 숭례문의 부실 복구도 기본과 원칙이 무시되고 편법과 비리가 끼어든 탓임이 밝혀졌다. 감독관청의 무책임한 대충주의도 문제였다. 감사원이 어제 발표한 '문화재 보수 및 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보니 그렇다.


준공 후 단청이 벗겨진 것은 전통 단청 재현에 실패한 단청장이 남몰래 화학접착제를 아교에 섞어 사용한 결과임이 드러났다. 그 둘 사이의 장력 차이가 단청이 갈라져 일부가 박리되게 했다. 단청장은 이 같은 속임수로 3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이런 일이 벌어진 데는 애초 문화재청이 시험시공 등 사전검증이 필요하다는 숭례문복구자문단의 의견을 무시한 탓이 크다. 문화재청은 공사기간 맞추기에 급급해 단청장의 명성만 믿고 그가 제시했으나 검증은 안 된 단청 기법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기와도 문화재청이 기존 숭례문의 기와 규격대로 만들면 시공하기가 번거롭다는 제조업체의 말만 듣고 모양이 다른 현재의 KS(한국산업표준) 규격으로 바꿔 만들게 했다. 지반 역시 조선 중기 이후 높아진 부분을 전부 걷어내기로 해놓고는 시공상 편의를 이유로 중단했다. 대목장이 목재를 바꿔치기한 일에 대해서는 검찰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이 역시 현장의 속임수와 감독관청의 대충주의가 결합한 결과다. 이리하여 '전통기법으로 원래 모습대로'라는 숭례문 복구 원칙은 완전히 허물어졌다.


숭례문 부실 복구의 원인이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다를 게 없음이 확인된 셈이다. 매뉴얼은 있어도 지켜지지 않았다. 대충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습관이 장인정신이나 직업윤리를 압도했다. 속도와 효율이 우선되면서 내실과 안전은 뒷전으로 밀렸다. 원칙과 기준은 문서상으로 수립됐지만 실제로는 있으나마나했다. 감독관청 공직자들은 현장의 일탈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아니, 비정상 행위를 묵인하고 방조했다. 진도 앞바다의 인명피해와 서울 한복판의 국보 1호 부실 복구는 같은 원인이 낳은 두 개의 결과다.

대한민국은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나라였던 것이다. 희생당한 세월호 승객과 귀한 문화재를 물려준 선조에게 죄스러운 마음과 함께 밀려드는 자각이다.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괴물이 돼버린 우리 자신을 스스로 두려워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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