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펀드 매니저들이 자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아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독일, 인도 등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글로벌 증시가 속출하고 있지만 펀드 매니저들이 추가 상승에 확신을 갖지 못 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펀드 매니저들이 운용 자산의 5%를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 설문 조사 결과를 인용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조사 때보다 현금 비율이 0.2%포인트 높아지면서 2012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미 사상최고치로 치솟은 주식 투자는 부담스럽고 채권 투자도 여의치 않긴 마찬가지다. 미국 중앙은행이 양적완화 축소에 돌입한 지 6개월째 접어들고 있지만 되레 미 국채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며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금리는 2.6%대로 떨어졌다. 이제 막 구제금융을 졸업한 아일랜드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영국보다 낮아지는 등 유로존 국채도 고평가 논란에 휩싸여 있다.
BAML 글로벌 리서치의 마이클 하트넷 최고 투자전략가는 "투자자들이 세계 경제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고 있지만 두 가지 의문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 가지 의문은 "파괴적인 이벤트가 임박한 것은 아닌지와 현 시점에서 경제가 더 강해질 수 있을까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펀드 매니저들은 현재의 시장 상황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변수로 주로 두 가지를 꼽았다. 36%가 지정학적 위기를 꼽았고 33%는 중국 채권 디폴트 위험을 최대 변수로 선택했다.
공격적으로 돈을 굴리지 못 하고 있지만 펀드 매니저들의 경기에 대한 시각 자체는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리스크 수준이 평균보다 낮다고 답한 비율이 높다고 답한 비율보다 22%포인트 많았다. 한 달 전 조사에서는 11%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주식 비중 확대에 답한 비율은 되레 하락했다. 유로존 주식 비중 확대를 답한 펀드 매니저들이 증가한 반면 미국과 일본 주식 비중 확대를 답한 비율은 준 것으로 확인됐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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