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어제 나란히 새 원내대표를 선출했다. 새누리당은 '범친박계' 이완구 의원을 뽑았다. 이 원내대표는 '건강한 당ㆍ정ㆍ청 긴장 관계'를 내세웠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강성 이미지'의 박영선 의원을 선택했다. 헌정사상 첫 여성 원내대표인 박 의원은 '당당한 야당'을 기치로 내걸었다. 두 원내대표는 앞으로 1년 동안 후반기 원구성 등 원내대책을 총괄하며 국회 운영을 이끈다.
두 사람 앞에 놓인 짐은 가볍지 않다. 지난 1년여간 여야는 당리당략을 앞세운 소모적 정쟁으로 툭하면 국회를 공전시켰다. 경제와 민생을 살리기 위한 법안들을 몇 달씩 잠재우기 일쑤였다. 청와대에 끌려다니는 무기력한 여당, 무책임한 반대만을 일삼는 야당으로 비치면서 국민의 불신을 샀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상생의 정치로 국회가 제 구실을 하도록 할 책무가 있다.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 수습과 진상규명,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 급선무다. 여야는 국가 안전시스템을 전면 개혁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시기와 방식 등엔 견해차가 크다. 이 원내대표는 "현 시점은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할 때"라며 '선(先) 수습-후(後) 국정조사'의 입장이다. 반면 박 원내대표는 "당장 5월 국회를 열어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여당에 신속한 협상을 제의했다. 출발부터 부딪치는 모양새다.
여당은 세월호 참사로 흔들리고 있는 박근혜정부와 당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발등의 불이다. 야당은 정체 상태에 빠진 국민 지지도를 끌어올리는 게 과제다. 여기에 더해 '6ㆍ4 지방선거'를 앞두고 양보할 수 없는 대결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싸울 땐 싸우더라도 국리민복을 위해선 하나가 돼야 한다. 국익과 민생을 위해선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대란에 경제위기까지 겹쳐 어려운 때다. 내수 부진에 환율 급락으로 수출 전선에도 먹구름이 드리워 있다. 청년실업, 가계부채 등 불안요인은 여전하다.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보듬는 일이 급하다. 국민이 정치권에 바라는 건 여당의 일방독주도, 야당의 발목잡기도 아니다. 두 원내대표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은 물론 초당적 협력으로 생산적인 민생 국회를 만드는 데 힘 쏟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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