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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아이디어 짬뽕'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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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으고 섞으면 강해지는 기업 창의성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직장인 '아이디어 짬뽕'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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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직장생활 8년차인 박모(35) 과장은 요즘 이직 고민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아졌다. 관행처럼 굳어진 야간근무로 매일 밤 9시가 넘어 퇴근을 했다. 특별히 할 일도 없는 부장 눈치를 보며 ‘보초’를 서는 것도 지겨웠다. 부장도 특별히 할 일은 없는 듯 보였다. 야근수당을 챙기는 기쁨도 잠시. 며칠 전에는 야심차게 만든 신제품 제안서도 퇴자를 맞았다. 초기 투자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다. 언제까지 이런 ‘고인 조직’에 머물러야 할지 미래가 캄캄했다. 박 과장은 “아무 일 없이 회사에서 빈둥거리면 야근수당이 나오니까 직원들은 특별한 불만이 없는 것 같다”면서 “일하는 사람만 죽어라 일하고 일부는 월급만 챙겨가는 이런 비합리적인 조직에서 언제까지 버틸지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중견 물류회사에 근무하는 김모 과장(34,여)도 요즘 사표를 제출할 시기를 저울 중이다. 지난 3월 인사 때부터 경리부 팀장을 차장으로 모시게 되면서 업무 책임은 모두 김 과장 몫이 됐다. 며칠 전에는 대휴로 자리를 비운 사이 부장 직결로 처리한 업무가 문제가 생겼지만, 실무자인 김 과장에게 책임이 돌아왔다. 김 과장은 “내가 결제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경리부 출신이 어떻게 아느냐’며 시말서를 요구했다”면서 “사장을 직접 만나 인사부터 업무비리까지 모두 밝힌 뒤 사표를 내고싶다”고 말했다.


직장인 대부분이 한 번씩 비효율적 조직 문화에 불만을 갖는다. 상명하복을 요구하는 한국 기업 특유의 조직 문화 때문에 ‘윗선’에 보고하기도 쉽지 않다.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직원의 건의사항은 뭍히기 일쑤다. 하지만 미래 기업에선 허심탄회한 직원들의 직언이 회사의 흥망성쇠를 결정할 열쇠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이디어 하나가 세상을 바꾸다 = 8일 LG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기업의 생존 전략으로 창의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요즘처럼 정보화 사회가 빠르게 진행되고, 다양한 기술이 융합되는 불확실한 상황에선 창의적인 인재는 물론 직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이끌어낼 수 있는 조직 문화가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창의성에 기반을 둔 획기적인 아이디어 하나가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프록터앤드갬블(P&G)의 획기적인 청소용품 ‘스위퍼(Swiffer)’의 출시 스토리를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P&G는 강력하면서도 바닥을 손상시키지 않는 세정제 개발에 공을 들이던 중이었다. 막대한 개발비가 투입됐지만 좀처럼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연구팀이 난항을 겪고 있는 사이 디자이너 팀에서 청소용품 아이디어를 냈다. 소비자들이 바닥의 이물을 치울 때 휴지에 물을 적셔 닦아낸 후 버리는 모습에서 착안한 것이다. 하지만 경영진은 “검증되지 않았다”며 반대했다. 디자이너팀은 소비자 평가단의 결과를 토대로 설득을 시작했고, 경영진도 새로운 시각으로 제품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1년뒤 P&G는 빨아서 사용하는 걸레 대신 ‘쓰고 버리는’ 걸레를 세상에 내놓았다.


다국적 생활용품그룹 유니레버의 미백치약도 서로 다른 부서에서 아이디어를 합쳐 개발한 경우다. 치약 제조 기술자들이 미백치약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세탁용 세제 생산부서 전문가들이 제안한 ‘블루잉 기법’에서 해법을 찾았다. 블루잉은 표백된 섬유품이 백색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청자색의 염료를 바르는 기업이다. 한 부서에서만 연구할 때는 틀에 박힌 생각에 매몰돼 발상의 전환이 쉽지 않지만 다양한 전문가가 모이면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은 보여주는 사례다.


이 때문에 미국 혁신의 아이콘인 애플을 설립한 고(故)스티브 잡스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의 건물을 설계하면서 직원간 상호작용을 가장 중시했다. 건물 중앙에 사람들이 모여 교류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을 만들고 건물내 하나뿐인 화장실도 이 곳에 만들었다. ‘창의성은 무엇인가를 연결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서로 마주쳐야 창의성을 촉진한다’는 잡스의 생각이 건물에 고스란히 담긴 것이다


◆조직의 리더 '터널 증후군' 조심 = 기업성장모델을 제시한 래리 그래이너 하버드 교수는 사업 초기 창의적인 인재가 사업을 주도해 가지만 사업의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지는 단계가 되면 소수의 개인이 아닌 상호 협력에 의한 집단 창의성에 의해 조직이 움직인다.

직장인 '아이디어 짬뽕' 작전


이같은 집단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과정은 무지개 형성 원리와 비슷하다. 무지개가 일곱가지 색깔을 보기 위해선 대기 중에 충분한 수분과 태양광선이라는 외부의 자극, 태양을 등진 사람의 시선 등 3박자를 갖춰야 가능하다. 집단의 창의성도 개인들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이를 연결할 수 있는 환경, 아이디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조직문화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시도가 가능한 자유로운 사고가 가능한 조직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스포츠 의류업체 나이키가 'Just do it!’의 정신을 기업 문화로 정착시켜 직원들의 창의성을 자극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엉뚱해 보이는 아이디어도 실험하고, 마침내 제품화로 연결시키는 것이 나이키의 조직문화라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의 몫이다. 아이디어는 구성원들이 제안하는 것이지만 '창의적'이라고 평가하고 실행으로 옮기는 의사결정은 대부분 회사의 최고책임자가 내리기 때문이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라도 평가자의 시각에 따라 최고의 제품으로 평가되기도, 쓸모없는 아이디어로 사장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기업의 최고의사결정자는 사방이 가로막혀 앞만 보는 '터널 증후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창의성은 기존의 관행이나 지식에서 비롯되기 보다 전혀 새로운 것에 찾을수 있는 까닭이다. 특히 조직의 리더는 창의성이 성과를 내기까지 기다릴줄도 알아야 한다. UC버클리대학교의 헨리 체스브로 (Henry Chesbrough) 교수가 실시한 제록스의 혁신에 관한 연구를 보면, 창의적인 아이디 어에 대한 투자가 이익으로 돌아오기까지 평균 7년 6개월이 걸렸다. 혁신 전담 조직을 만들고 2~3년내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우리나라 기업이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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