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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도 할 대학 1학년, 투표 허용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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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공직선거법 합헌 결정 논란…‘정치판단 능력 결여’ 주장 타당할까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대학 1학년이면 합법적으로 결혼도 할 수 있는 연령인데, 선거에서 누구를 선택할 수 있는 정치적 판단 능력은 떨어진다고 봐야 할까.


황당한 질문 같지만, 헌법재판소에서 진지하게(?) 고민해서 결론을 내린 사안이다. 헌재는 4월24일 선거권, 피선거권, 정당가입 등 연령을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의 헌법소원 심판청구 사건에 대해 합헌 결정했다.

법은 어려운 분야다. 일반인 입장에서 헌법소원이 무엇인지, 합헌 결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번 헌법소원을 쉽게 설명하면 만 19세 미만에게 선거에서 투표할 권리를 주지 않는 현행 공직선거법 조항 등이 옳은 지 판단해 달라는 얘기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도지사·시장·군수를 뽑기 위한 선거가 있을 때 만 19세 이상의 국민만이 투표를 할 수 있다. 공직선거법 제15조에 담긴 내용이다.

8세에 초등학교 입학해서 정상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에 입학하면 한국 나이로 20세다. 이들은 대학 1학년 때 생일이 지나면 만으로 19세, 생일이 지나지 않으면 만으로 18세가 된다. 국회의원 선거는 보통 4월 달에 있다.


한국나이로 20세 동갑내기 친구들 중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이들은 1~3월에 태어나거나 4월 초까지 태어난 이들에 한정된다. 5~12월에 태어난 이들은 만 19세가 되지 않았기에 투표권이 없다.


결혼도 할 대학 1학년, 투표 허용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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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의 경우 6월 초에 선거가 있다. 올해는 6월4일이다. 한국나이로 20세인 대학 1학년 중에서 6월5일 이후 12월까지 태어난 이들은 투표를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만 19세 이상에게만 투표권이 주어질까. 그것은 타당한 결정일까. 헌법재판관들은 이 문제를 놓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다수 의견은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유가 흥미롭다. 만 19세 미만은 ‘정치적 판단능력이 미약한 사람’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부모나 교사 등 보호자에게 어느 정도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이들의 정치적 의사표현이 민주시민으로서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한 것인지 의문이 있을 수 있다.”


헌재가 만 19세 미만에게 투표할 권리를 줘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이유다. 설득력이 있을까. 다른 법에 담긴 연령 기준을 놓고 봐도 의문은 이어진다. 민법 807조는 ‘만 18세가 된 사람은 혼인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혼인을 해서 가정을 꾸릴 능력은 있지만 선거에서 누군가에게 투표할 판단 능력은 없다는 주장을 어떻게 봐야 할까.


만 19세 이상에게만 투표할 권리를 준다는 법조항이 시대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는 헌법재판관 내부에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은 만 18세 이상에게 선거권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박한철 헌법재판관, 김이수 헌법재판관, 이진성 헌법재판관은 이런 견해를 내놓았다.


“병역법이나 근로기준법 등 다른 법령들에서도 18세 이상의 국민은 국가와 사회의 형성에 참여하 수 있는 정치적 육체적 수준에 도달했음을 인정하고 있다. 새로운 생활 방식에 대한 습득력이 높고 사회적 변화에 대한 감수성이 풍부한 우리나라의 18세 국민이 다른 국가의 같은 연령에 비해 정치적 판단능력이 미흡하다고 볼 수 없다.”


“고등교육과정 진입이나 취업을 앞둔, 중등교육을 마치는 연령인 18세부터 19세의 사람은 선거에 있어서 적어도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정도의 의식수준은 갖췄다고 봐야 한다.”


헌법재판관 중 일부는 만 19세가 아닌 18세 이상에게도 선거권을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헌재의 결론은 현행 공직선거법 조항은 합헌이라는 의견이다.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설득력에 의문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결혼도 할 수 있는 연령인데 선거에서 누군가를 선택할 판단능력을 갖추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참으로 어색한 논리 아닐까.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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