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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해영의 좋은시선]한 발짝 물러난 '이만수 야구' 꽃봉오리 맺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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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해영의 좋은시선]한 발짝 물러난 '이만수 야구' 꽃봉오리 맺다 이만수 SK 감독[사진=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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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이만수 감독은 역대 프로야구 최고 타자 가운데 한 명이다. 고향 대구를 연고지로 둔 삼성에서 16시즌 동안 1449경기에 출장했다. 통산 성적은 타율 0.296 1276안타 252홈런 861타점 625득점이다. 1997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그는 미국으로 코치 연수를 떠났다. 1~2년 정도 뒤에 돌아올 것이라는 주위의 예상과 달리 이 감독은 타지에서 8년을 보냈다. 그 뒤 SK에서 수석코치, 2군 감독을 거쳐 감독에까지 올랐다. 많은 야구인들은 그 과정에서 생긴 적잖은 잡음과 별개로 그의 지도 스타일에 주목했다. 선수 시절 포수로 명성을 떨친 데다 메이저리그에서 코치로 오랫동안 일했기 때문이다. 국내 이런 지도자는 흔치 않다. 당연히 주목을 끌 수밖에 없었고, 색다른 야구 스타일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사령탑은 처음부터 삐꺽했다. 김성근 전임감독의 그늘을 벗어나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2012년과 2013년에는 언론에 의욕이 너무 앞서는 것처럼 비춰졌다. 전혀 다른 리더십에 선수들이 당혹스러워했던 것은 맞다. 충격요법으로 고참들에게 분발을 촉구하기까지 했지만 그 효과가 미미했다. 이 감독은 스스로 경기를 준비하고 몸을 만드는 것을 프로선수의 기본자세로 여긴다. 그런데 자율에 맡긴 겨울 스토브리그에서 선수들은 생각만큼 몸을 만들어 오지 않았다. 이어진 훈련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소위 잘 나가는 팀의 선수들은 기량이 떨어졌다고 느끼면 훈련을 자청한다. 시키지 않아도 배트를 휘두르고, 웨이트트레이닝 등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린다. 지난 시즌까지 SK는 다른 구단에 비해 그런 분위기가 약했다. 이 감독은 이 점을 불편하게 느꼈을 것이다. 물론 선수들도 다른 차원에서 불만이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마해영의 좋은시선]한 발짝 물러난 '이만수 야구' 꽃봉오리 맺다 이만수 SK 감독[사진=아시아경제 DB]


그렇다면 이번 시즌 SK는 어떨까. 계약 마지막 해를 보내는 이 감독은 선수단 운영에 변화를 줬다. 모든 지시사항을 선수들에게 직접 전달하지 않는다. 성준 수석코치에게 맡겨 직접적인 마찰을 최소화하고 있다. 선수와의 소통에서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고 느낀 것 같다. 효과는 만점에 가깝다. 그 사이 훈련 환경이 자발적인 분위기로 바뀌었다. 예비 자유계약선수(FA)들의 각성까지 더 해져 자율야구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30일 현재 SK는 14승10패로 3위다. 1위 넥센(15승8패)과의 승차는 불과 1.5경기. 가장 큰 고비에서 한 발짝 물러난 이 감독의 결단이 맞아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SK의 오름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에이스 김광현이 건재한데다 루크 스캇 등 외국인선수들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부상을 당한 박진만과 조인성의 공백도 대체요원을 다수 보유해 곧잘 메울 것으로 예상된다. 지휘봉에 드디어 꽃이 필 것 같다. 시간이 많이 남진 않았지만.


마해영 프로야구 해설위원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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