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배우 현빈이 관객들 곁으로 돌아왔다. 그는 지난 2012년 12월 6일, 전역 신고식에서 "보고싶었습니다"라는 말로 자신을 기다려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과 그리움을 표했다. 이후 현빈은 가슴이 벅차오르는 듯 눈물을 흘리며 "다시 연기할 수 있는 시간이 왔으니 여러분이 기다려주신 만큼 잘 준비해서 하고 싶었던 연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2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이 일은 많은 이들에게 인상적인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현빈 본인에게는 좀 부담스럽고 잊고 싶은 기억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제대 후 첫 복귀작이라는 것만으로도 영화 '역린'(감독 이재규)은 뜨거운 기대를 모았다. 22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는 영화 관계자들은 물론 홍보 담당자, 취재진들까지 모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역린'은 정조 즉위 1년, 왕의 암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살아야 하는 자, 죽여야 하는 자, 살려야 하는 자들의 엇갈린 운명과 역사 속에 감춰졌던 숨막히는 24시간을 그린 영화다. 현빈은 극중 정조 역을 맡아 열연했다.
정조는 당파 간 싸움 속에서 역적으로 몰려 비극적 죽음을 맞이한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할아버지 영조에 이어 25살 젊은 나이에 왕위에 올랐지만 끊임없이 암살 위협에 시달린다.
이번 작품에서 현빈은 '절제된 연기'로 묵직한 감정을 누른다. 그렇게 연기를 하고 싶었다고 외치던 그이기에 폭발적인 감정 연기를 기대한 이들도 많을 터. 물론 극이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감정도 한껏 고조되지만, 초반에는 젊고 마음 여린 정조의 모습을 그려내며 강약 조절을 했다.
예고편을 통해 이미 현빈의 '성난 등근육'이 화제가 된 것처럼, 그는 영화에서 운동을 하며 울끈불끈한 어깨와 등, 복근을 과시한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그의 다져진 몸매를 만날 수 있는 건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움켜쥐겠다는 이재규 감독의 의도였을까.
혹자는 '광해'의 이병헌과 '역린'의 현빈을 비교할지도 모르겠다. 이병헌은 1인 2역을 해냈고, 유머러스함과 카리스마를 오가며 극찬을 받았다. 그에 비해 현빈이 맡은 정조 캐릭터는 조금 단조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혼자서 극을 끌고 가지도 않는다. 오히려 비중으로만 치면 정재영이 주인공이다.
하지만 현빈은 자신이 맡은 역할에 애정을 가지고 깊은 연구를 거듭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영화를 보면 감정 연기 뿐 아니라 액션 연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이 느껴진다. 활을 쏘고 말을 달리는 순간에 장엄한 카리스마가 묻어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무표정한 얼굴에서 느껴지는 슬픔이었다. 이는 현빈의 눈빛이기에 가능한 게 아니었을까.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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