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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쌀시장 빗장…'관세화 통한 개방'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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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끌어온 문제, 6월까지 결정, 9월에 WTO 통보해야
가격 경쟁력 밀리는 우리쌀…식량안보 우려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쌀 시장 개방이 눈앞에 다가왔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을 통해 모든 상품시장을 개방하기로 했지만 식량자원인 쌀은 개방을 미뤘다. 10년씩 두 차례 개방이 유예됐고, 그 시한이 올해 12월31일이다. 우리 정부는 더 이상 개방을 미루기 힘들다고 보고 쌀 관세 부과 등 다른 대안을 논의 중이지만, 농민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민단체 등에 따르면 당시 협상에 따라 2015년 1월1일에는 시장을 개방해야 하고, 또 다시 유예를 선택할지, 개방을 통해 관세를 부과할지 여부를 올 9월까지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해야 한다. 농식품부는 6월까지 관세화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우리가 고를 수 있는 선택은 크게 두 가지다. WTO 회원국들을 설득해 쌀 시장 개방을 유예하는 것이 첫 번째. 두 번째는 관세화를 통해 쌀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외 분위기로 미뤄 볼 때 두 번째 방안에 무게가 쏠린다.

첫 번째 대안의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10년씩 두 차례에 걸쳐 관세화를 유예할 때는 대가가 있었다. 일정 물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하기로 한 것이다. UR 이후 관세화가 유예된 첫해(1995년)에는 의무수입물량(MMA)이 5만1000t이었다. 이는 2004년 20만5000t으로 늘었고, 올해는 5%의 관세율을 적용해 40만9000t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했다. 지난해 기준 전체 쌀 소비량의 9%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만약 관세화 유예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한다면 올해 MMA의 두 배 이상 수입한다는 조건을 내세워야 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쌀 소비량의 18%를 의무적으로 수입하겠다는 조건을 회원국들에게 제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마저도 최근 필리핀의 사례를 감안하면 쉽지 않다.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필리핀은 지난 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 상품무역이사회에서 5년간 쌀 관세화 의무를 한시적으로 면제받는 추가면제(Waiver)를 요청했다. 필리핀은 이를 위해 MMA를 80만5000t으로 현재보다 2.3배 늘리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결과는 실패였다. 미국, 캐나다, 태국, 호주 등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필리핀의 사례로 비춰볼 때 우리나라의 관세화 유예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관세화를 추진한다고 가정한다면 이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우리 쌀의 경쟁력이다. 김경규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작년과 올해 국제 쌀값을 감안하면 100~150%의 관세가 적용되면 우리 쌀값과 비슷한 수준의 가격이 될 것"이라면서 "만약 관세화가 진행된다면 회원국들의 검증에 대응하면서 국내 쌀 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최대 수준으로 결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가 고율관세를 적용하는 것을 용인할지는 미지수다.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다면 우리 쌀 생산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식량안보의 문제와 직결된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3% 수준이다. 그나마 쌀이 있기 때문인데 쌀을 제외하면 식량자급률은 4%로 뚝 떨어진다. 쌀 자급률은 2010년 104%였지만 2011년 83%로 떨어졌고, 2012년과 2013년에도 각각 86%, 89%로 80%대를 유지했다.


쌀 자급률은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쌀 경작 면적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단체는 관세화로 인해 쌀 농사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논에 쌀 대신 콩이나 과일나무를 심거나 축사로 바꾸는 일이 늘어날 것을 우려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우리의 식량안보는 크게 위축될 것이란 지적이다.




세종=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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