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유통업체 바이어는 다음달 병행수입을 통해 해외 유명 브랜드 의류를 50만원 정도의 가격에 들여오기로 했다. 이 제품은 시중 매장에서 100만원이 넘게 팔리는 제품이다.
#중소기업들의 해외 인터넷 쇼핑몰 시스템을 구축해주고 교육, 해외 마케팅 등을 서비스하는 한 업체 대표는 "해외직구(수입), 역직구(수출) 활성화는 지금의 유통 지형을 완전히 뒤바꿔 놓을 변화"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변화를 '쓰나미'라는 한 단어로 요약했다.
소비자들의 소비성향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 변화는 과거 수십년간 유지됐던 전통적인 소비습관과 유통지형의 상당부분을 혁신적이라는 표현이 걸맞을 정도의 수준으로 바꿀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는 물품(해외직구)과 관련한 한 교육장을 찾은 적이 있다. 해외직구와 관련된 기업에서 주관하는 무료교육인 탓인지 그 교육기관에서는 한 시간 정도를 해외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물건을 구매하는 방법과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유용한 해외 인터넷몰 등을 소개하는데 할애하고, 나머지 한 시간은 해외배송 서비스 등 자사를 홍보했다.
관심을 끈 것은 피교육자들의 면면이었다. 대부분 자리는 40~50대 주부로 보이는 이들이 메우고 있었지만 30대 직장인과 젊은 남성들도 눈에 띄었다. 20~30대 직장 여성들이 보이지 않았던 건 평일 오후 시간대였던데다 이들이 동료나 인터넷 블로그를 통한 정보교환, 매스컴 등을 통해 이미 해외직구 등 쇼핑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연령대라서 일 게다.
교육이 끝난 후 쏟아진 질문 내용도 흥미로웠다. 여성 대부분은 본인들이 사고 싶은 브랜드 제품이 무엇인데 언제, 어느 사이트를 찾아야 싼 물건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지에 대한 것이었다. 간혹 질문을 던진 남성들은 국내에는 들어와 있지 않은 디지털장비나 레저용 품목(예컨데 자전거 부품과 같은)과 관련한 궁금증에 입을 뗐다.
정부는 지난 9일 해외직구에 대해 미국 기준 200달러까지 관세를 면제하는 '목록통관' 물품을 모든 소배지로 확대해 사실상 면세 혜택을 두배 가량 늘려주고, 병행수입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해외직구와 병행수입이 경기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소비재 물가를 낮춰 국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발생한다는 판단에서 나온 대책이다. 정부까지 발벗고 나섰으니 해외직구와 병행수입에 더욱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대형유통업체에 위기이자 기회다. 유통기업들이 백화점 점포를 늘리는 대신 수도권과 지방에 복합쇼핑몰이나 아웃렛을 짓고, 새로운 브랜드를 발굴하거나 편집숍을 운영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대형마트도 병행수입, 직수입 비중을 해마다 늘리고 있다.
소비촉진으로 시장규모가 커지는 것은 규제와 소비침체로 이중삼중고에 빠진 백화점, 대형마트 등의 입장에선 어쨌거나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변화를 선도하는 능동적인 대응에 소홀한다면 자칫 기회는 순식간에 위기로 바뀌고 말 것이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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