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을 향한 높은 지지율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 길 없지만 참모진의 반응을 통해 짐작하자면 둘 중 하나 혹은 둘의 조합일 것 같다.
높은 직급의 청와대 비서진들은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다. 자신들이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고 있다는 안도감과 함께 "이대로 가면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비판 세력에 대해선 "국민 정서와 다른 일부의 음해일 뿐"이라며 일축한다.
비교적 낮은 직급의 실무 비서진들 사이에선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라며 당황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지지율이란 것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 같으니 높을 때일수록 겸손해야 한다는 경계심 그리고 국민을 위해 더 봉사해야 할 때라는 의지가 전해진다.
"국민행복 외 모든 것은 번뇌"라며 계획한 일들을 묵묵히 해나가는 박 대통령이 높은 지지율 위에 서 있는 것은 여러모로 긍정적이다. 박 대통령이 추구하는 정책관에 대한 찬반을 떠나, 그가 펼치려는 중요 정책들을 힘 있게 추진할 기반이 높은 지지율로 인해 마련된 것은 국민 입장에서 현직 대통령을 제대로 평가할 기회를 얻는 것이기도 하다.
반면 높은 지지율을 자기합리화의 명분으로 활용하려 든다는 생각은 우려를 낳는다. 대표적인 것이 기초선거 무공천 문제를 처리한 방식이다. 이 문제를 논의하자며 면담을 요구한 야당 대표에게 "청와대 말고 여당과 이야기 하세요"라며 핀잔을 준 것은 높은 지지율에서 나온 자만심이 아니고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대처법이다. 무공천의 옳고 그름을 떠나 공약의 수정도 아닌 폐기를 이런 식으로 처리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지난 해 5월 박 대통령은 언론사 정치부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공약이라는 건 한 번 해보는 소리이고, 취임하면 다시 그때부터 새로 만들어서 한다 이것도 저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약 전부를 지키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인정하며 "이런 건 이러이러하기 때문에 수정하고 보완하겠습니다 이렇게 양해를 구하고 설득하면서 해 나갈 생각을 합니다"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 말을 지키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이런 모습마저 국민 60%가 지지할 것이라 믿고 있다면 큰 실수다. 정치판 논란에 선을 긋는 '민생 대통령'이란 구호가 매번 효과를 발휘하는 것도 아니다. 지지율이 설문조사 형식으로 진행된 다수결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볼 때, 사안을 꿰뚫지 않는 다수가 참여한 다수결의 함정을 박 대통령과 그 참모들은 감안해야 한다.
큰 그림에서 박근혜정부가 성공할 수 있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작은 반칙 정도는 국민들이 이해해 줄 것이라 자신하고 있는가. 대한민국에는 "박근혜라면 뭘 해도 찬성"이라는 맹목적 지지층만 있는 게 아니다. 이 당연한 사실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면 박 대통령과 그를 둘러싼 고위 비서진은 낮은 직급의 비서들이 가진 생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모래성은 높든 낮든 상관없이 작은 파도에 쉽게 허물어진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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