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차반이란 말은, 욕이긴 하지만 꽤 점잖은 말이다. 차반은 결혼 때 예물로 가져오고 가져가는 음식을 말하는데, 일반화하여 잘 차린 음식을 뜻한다.
똥개 견공께서 맛있게 드시는 차반은 도대체 뭘까. 아무리 훌륭한 레시피로 요리하고 조리한 것이라 해도 결국은 '똥'일 뿐이다.
그리하여 개차반은 똥을 돌려돌려 이르는 말이다. 대개 이 말은 행동이 품위없고 원칙이 없는 자를 가리켜 하는 욕설이다.
행동이 똥이라는 말은, 행동이 더럽다는 표현을 구체적인 대리물을 통해 드러낸 것이다. 똥은 모든 더러움의 대표인 셈이다. 하지만 똥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가 더럽다라고 표현하는 것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 개끗한 것에 때가 묻은 것도 아니며, 순수한 것이 더럽혀진 것도 아니다. 다만 쓸모가 다소 없고 냄새가 좀 날 뿐이다. 그런데도 우린 왜 진저리를 치며 똥을 싫어하고 기피하는 것일까. 왜 그걸 밟으면 끔찍해하고 그 냄새에 바로 코를 쥐며 침을 뱉는 것일까.
그것은 똥이 제 몸에 든 것이며, 제 몸의 하부에서 일어나는 소화작용의 결과라는 점, 그것을 비교적 은밀히 배설하는 행위를 날마다 해야하는 인간적인 불편함과 존재적인 수치감. 이런 것들이 본능 속에 기입되어 심리와 행동을 간섭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하튼 개차반은 똥이다. 인생 개차반은 인생이 똥이며 매너 개차반은 매너가 똥이다. 행동이 개차반이면 행동이 그렇고 버릇이 개차반이면 버릇이 그 지경이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개차반님을 모셔오지 않더라도, 인간은 똥과 지근거리에서 늘 움직이게 돼 있다. 남을 개차반이라 부르면서 자신은 그것과 전혀 상관없는 척 하는 게 더 가증스런 개차반이다.
여반장(如反掌)의 인간 모양새를 통찰하고 수시로 그 모양새로 뒤집혀지지 않도록 경계하는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면 인생 개차반도 공부의 한 챕터라 할만하다. 개차반에 침 뱉는 것도 인지상정이라 하겠지만 뒤집으면 군침이 절로 고이는 천하의 차반도 한 시간 뒤면 곧 개차반이 된다는 걸 생각하면, 고이는 침도 뱉는 침도 가끔은 민망할지 모른다. 차반 먹으며 개차반을 생각하면 사는 일 조금은 겸손해지고 무탈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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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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