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채용현황 정보공개 청구해보니
[아시아경제 이장현 기자] 금융공기업들은 지난 4년간 채용했던 청년인턴 10명 중 채 2명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과도한 스펙 요구 채용 문화를 바꾸겠다며 금융공기업을 중심으로 정규직 전환이 가능한 '채용형 인턴제'를 확산시키겠다고 발표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아시아경제신문이 7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10개 금융공기업의 2010∼2013년 청년인턴 채용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은 청년인턴을 총 2713명 채용했고 이 가운데 488명만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전환율은 18%에 불과했다. 연도별로는 2010년 11%에서 2011년 9%로 소폭 줄었다가 2012년 18%, 2013년 29%로 높아졌다.
그러나 기업별로 청년인턴의 고용인원과 정규직 전환율 편차는 컸다.
거래소 매매시스템을 개발하는 기업인 코스콤은 10개 기관 중 유일하게 4년간 청년인턴의 정규직 전환실적이 전무했다. 2012년과 2013년에는 청년인턴을 아예 한 명도 채용하지 않았다.
기술보증기금은 청년인턴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던 2010년 100명의 청년인턴 중 32명을 정규직으로 뽑았지만 그 후 채용규모가 급격히 줄었다. 특히 2011년과 2012년 정규직이 된 청년인턴은 한 명도 없었다.
신용보증기금은 지난해 정규직 전환율 22%를 기록했고 정책금융공사, 예탁결제원, 한국거래소, 수출입은행은 20%대를 밑돌았다. 양질의 직업교육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채용기회도 부여한다는 청년인턴제의 취지가 무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예금보험공사와 주택금융공사는 지난해 정규직 전환율이 30%를 넘어 다른 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자산관리공사는 지난해 120명의 인턴 중 67%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직원 정년연장과 예산 축소로 현실적으로 청년인턴에 대한 추가 인건비 확보가 어려워 채용을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그는 정부의 청년인턴제 취지에 공감한다면서 "금융당국과 협의한 만큼 청년인턴제 내실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업무 특성상 청년인턴제를 운용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한 인사담당자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기관의 경우 인턴을 뽑아도 딱히 활용할 방안이 부족하다"며 "청년인턴으로 생색내기보다는 정규직 신입 공채를 늘리는 게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