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추신수(32·텍사스 레인저스)의 방망이가 서서히 달아오른다. 개막 이틀째인 2일(한국시간) 첫 안타를 쳤다.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시즌 두 번째 경기에서 1번 타자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볼넷과 몸에 맞는 공도 한 개씩 기록했다. 다섯 차례 타석에서 네 번 출루했다. 9회말 아드리안 벨트레(35)의 끝내기안타 때 홈을 밟아 결승점을 뽑았다. 첫 경기(4타수 무안타 1삼진)의 부진을 만회하고도 남았다.
추신수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붙박이 1번으로 시즌을 시작한다. 2012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에는 1번과 3번을 오갔다. 1번에서 400타석, 3번에서 154타석에 섰다.
그의 각오는 남다르다. 몸값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21일 7년간 1억3000만달러(약 1375억원)를 받는 조건으로 텍사스에 입단했다. 메이저리그 외야수 중 역대 네 번째로 높은 계약금이다. 추신수는 유니폼을 갈아입으며 "(텍사스는) 신시내티보다 짜임새 있는 팀"이라며 "월드시리즈 우승이 꿈만은 아닐 것 같다"고 기대했다.
추신수 '몸값'의 기준은 '20홈런-20도루'다. 전망은 나쁘지 않다. 텍사스의 팀 타율은 0.262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7위였다. 지난해 신시내티 레즈는 0.255로 15위였다. 팀 타율이 높으면 추신수가 타석에 설 기회가 는다. 홈런 칠 기회도 그 만큼 많을 것이다.
텍사스가 사용하는 경기장도 타자들에게 유리한 곳이다. 지난해 각 구장 특성에 따른 타자의 유·불리를 수치화한 '파크 팩터(Park Factor)'를 봐도 텍사스의 홈 경기장 글로브 라이프 파크는 타자 친화적이다.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수치가 높으면 그 만큼 홈런이 많이, 그보다 낮으면 적게 나온다는 뜻이다.
글로브 라이프 파크의 왼손타자 홈런팩터는 122다. 한 시즌 162경기 가운데 절반이 열리는 홈구장에서 다른 경기장에 비해 홈런이 1.22배 많이 나온다. 신시내티 홈구장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의 홈런팩터는 123이었으므로 추신수가 지난해의 경기력을 유지하면 홈런 개수에 큰 변화는 없으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는 지난해 홈런을 21개 쳤다.
텍사스는 '뛰는 야구'에 익숙한 팀이다. 지난해에도 팀 도루 149개로 캔자스시티 로열스(153개)에 이어 아메리칸리그 2위에 올랐다. 추신수에게도 도루 사인이 많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추신수 역시 "1번 타자로서 살아 나가는 게 해야 할 첫 번째 역할"이라며 "도루와 주루에 더 신경을 쓸 생각"이라고 했다. 2009년 도루 21개 기록한 뒤 다섯 시즌 연속 두 자릿수 도루를 달성했다. 출루율도 높다. 지난해 0.423를 기록해 내셔널리그 2위,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는 4위를 했다.
통산 네 번째 20-20 달성에 가장 큰 걸림돌은 부상이다. 특히 몸에 맞는 공에 주의해야 한다. 전날 경기에서도 두 번째 타석에서 상대 투수 앨런 제임스 버넷(37)이 던진 공에 왼쪽 발등을 맞았다. 번트를 하려다가 몸쪽으로 낮게 파고드는 공을 피하지 못해 크게 다칠 뻔했다.
추신수는 지난해에도 26번이나 공에 맞았다. 메이저리그에서 몸에 맞는 공이 가장 많았던 타자다. 클리블랜드 소속으로 뛰던 2011년 6월 25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 인터리그 경기에서 상대 투수 조너선 산체스(32)의 공을 피하지 못해 엄지손가락이 골절되는 바람에 77경기에 나가지 못했다. '1375억원의 사나이'의 부상은 누구도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다.
추신수가 새 팀에서 빨리 첫 안타를 뽑아내고 팀 승리에 기여한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홈 팬들 앞에서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아직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것이 더 많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