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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은 귀가 안심' 범죄예방디자인…"연 20조원 절감"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37초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서울시가 싱글여성, 시장, 외국인 밀집지역에 범죄예방디자인(CPTED)을 설계해 치안 강화에 나선다. 시는 이를 통해 연간 20조원의 사회적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는 범죄예방디자인으로 옷을 갈아입은 세 곳 ▲관악구 행운동(싱글여성 밀집지역) ▲중랑구 면목동(재래시장, 사회적약자 밀집지역) ▲용산구 용산2가동(외국인 밀집지역)을 2일 공개했다.

범죄예방디자인은 디자인을 통해 범죄 심리를 위축시켜 범죄발생 기회를 사전에 차단하고 예방하는 기법이다. 시는 이번에 공개한 세 곳의 특성을 고려해 '안심', '미담', '소통'이라는 테마를 각각 조성했다.


관악구 행운동(과거 봉천동)은 주거유형이 획일화된 원룸밀집지역이다. 사각지대가 많고 건물사이가 어둡고 좁아 곳곳에 범죄발생 우려가 상존해 대책마련이 시급한 곳이다. 특히 직장여성이나 여대생들의 거주비율이 높아 밤늦게 귀가하는 이들의 신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도움을 청할 곳이 없는 실정이다.

이에 시는 경찰의 협조와,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범죄두려움지도를 완성하고 동네 상황에 맞게 '안심'을 테마로 범죄예방디자인 프로그램을 정했다.


프로그램의 주요 골자는 ▲혼자 걸어도 안심되는 4단계 방범모듈을 적용한 '행운길' 조성 ▲현관문 미러시트, 반사띠 등 사각지대 표시시스템 설치 ▲여성들이 즐겨찾는 네일샵, 헤어샵, 카페 등 연결 ‘안정정보 공유’ ▲주민이 결성한 안전거점 및 커뮤니티 공간 ‘행운동안심다락방’운영 및 여성안심지킴이집 운영 등이다.


중랑구 면목 4·7동은 재래시장상권지역이자 네 가구 중 한 가구 꼴로 장애인이나 기초수급자가 거주하는 취약지역이다. 특히 출소자 보호시설 및 가족생활 무료임대주택인 ‘담안선교회 자활원’이 위치하고 있다.


이에 시는 '미담(美談)'을 컨셉으로 잡고 ▲지역의 스토리를 전하는 '미담길' 조성 ▲지역미담사례를 담고 있는 기능형(캐노피, 핸드레일) 시설물 설치 등으로 범죄예방디자인을 설계했다. 또, 야간이동을 위해 이용되는 면목시장에는 ▲미디어 아트와 결합된 보안시스템 ▲밤에 고보조명을 활용한 길찾기(Way-Finding) 시스템 ▲위급 시 피할 수 있는 안전지대(Safe Zone) 전화부스 ▲범죄예방디자인이 적용된 노란 CCTV 폴대 등을 설치했다.


낮에는 시장으로, 밤에는 주민들의 이동통로로 이용되는 면목시장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면목시장 양쪽 진입부에 스크린을 각각 1개씩 설치했다. 낮에는 시장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움직임을 재미있는 영상으로 변환시켜 즐거움을 더하고, 밤에는 녹화를 통해 절도와 사각지대에서의 범죄를 사전에 예방한다는 취지다.


해방촌으로 불리는 용산구 용산2가동은 외국인 거주 비율이 전국 평균(2~3%)보다 높은 7.6%를 차지한다. 다민족이 모여 사는 만큼 언어적, 문화적 소통문제로 인해 이웃간 다툼이 많은 곳이다.


이에 시는 이곳의 범죄예방디자인 컨셉을 '소통'으로 정하고, 갈등 현황을 전수조사해 이를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 결과 '분리수거, 주차금지, 생활 에티켓 픽토그램'과 '쓰레기 무단 투기방지 양심거울'을 설치했다.


픽토그램은 다양한 언어를 쓰는 거주민들의 특성을 반영해 그림을 보고 즉각적 이해가 가능하도록 하는 디자인으로 분리수거, 쓰레기, 주차, 소방 등의 정보를 디자인했다. '쓰레기 무단투기방지 양심거울'은 쓰레기 무단투기 시 전신주에 부착된 거울에 수배자로 비춰지는 펀 디자인(Fun design)을 적용해 행동변화를 유도했다.


시는 이번 범죄예방디자인을 통해 환경적 문제점을 사전에 해결하는 예방책으로 전환함으로써, 각종 범죄 발생률을 낮추고 연간 20조원의 사회적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문철 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본부장은 "기존의 디자인정책에서 탈피해 범죄, 치매, 고령화, 자살 등 각종 사회문제를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디자인과정을 통해 해결하는 정책을 더 확대할 것”이라며 "시민을 위한 디자인, 시설을 넘어 삶을 개선하는 디자인 정책을 펼치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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