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에 관여한 국가정보원 비밀요원과 협조자가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7일 검찰이 증거조작 의혹을 공식수사 체제로 전환한 지 24일 만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진상조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31일 국정원 '블랙요원' 김모 과장(일명 김사장·구속)과 협조자 김모(61·구속)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증거조작 연루된 자가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이들에게 모해증거위조 및 모해 위조증거사용,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행사 등의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법상 모해증거위조 및 사용죄는 수사나 재판을 받는 사람을 모해(謨害)할 목적으로 증거를 위조하거나 위조된 증거를 사용한 경우 적용된다. 법정형은 일반적인 증거위조죄보다 무거운 징역 10년 이하다.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죄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진다.
이들은 중국 정부가 지난 13일 '위조'라고 확인한 검찰 측 제출문서 3건 가운데 중국 싼허변방검사참의 정황설명서에 대한 답변서를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문서는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34)씨의 변호인이 제출한 문서를 반박하는 내용으로, 지난해 12월 김 과장이 김씨에게 입수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협조자 김씨는 "김 과장이 문서입수를 요청했고 국정원도 이를 알고 있다"고 말했지만, 김 과장은 이를 부인하면서 상반된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과장은 중국 정부가 위조라고 확인한 나머지 2건의 문서 위조에도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자살을 기도했던 김씨를 지난 15일 퇴원과 동시에 체포해 구속했다. 김 과장은 국정원 직원 중에서는 처음으로 지난 19일 구속됐다.
한편 검찰은 이모(47) 부장검사 등 유씨의 간첩혐의 수사와 공소유지를 담당한 검사 2명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앞서 천주교인권위원회 등은 이들을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문서입수 과정에 관여했는지와 위조된 것을 알고도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는지 등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사전에 위조 여부는 알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거조작 관련자 2명을 구속기소한 검찰은 국정원 윗선을 밝히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이르면 금주 내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국정원 직원 등 관련자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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