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클라우드 펀딩이 영화의 다양성을 살리는 구원투수로 나섰다. 이에 따라 개인들도 좋은 시나리오나 아이디어를 지니고 있으면 얼마든지 작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예전엔 좋은 작품을 가지고도 시장에 내놓지 못 하는 경우가 많았다. 영화산업의 경우 거대 자본에 의한 블록버스터가 시장을 장악, 퀴어영화 등 다양성이 사라져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따라서 클라우드 펀딩이 퀴어영화에까지 확산되면서 1인 문화예술기업이나 스타트업 기업의 작품 생산에도 자극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영화 '26년' 등 수많은 작품들이 클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비를 조달, 제작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퀴어영화도 속속 펀딩을 성공시켜 나가고 있다. 이달초 크랭크업한 소준문 감독(사진)의 퀴어신작 '애타는 마음'(제작 레인보우팩토리)이 텀블벅을 통해 제작비를 모았다. 퀴어영화라는 장르는 제작비를 투자 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를 감안하면 애타는 마음은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마련해 영화를 제작함으로써 또 하나의 선례를 만든 셈이다. 퀴어영화의 경우 지난 2008년 이후 김조광수 감독이 SNS를 통해 자신의 영화 제작비 모금해 성공을 거둔 이후 사례가 드물다.
김승환 레인보우 팩토리 팀장은 "퀴어 영화 등의 클라우드 펀딩을 위해서는 다양한 홍보 플랫폼, 중개서비스기업 등이 나타나야 할 것"이라며 "기존의 카페나 블로그, SNS 위주의 방식에서 진일보해야만 보다 많은 영화들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예술 분야의 클라우드 펀딩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에 따르면 개인이 예술프로젝트에 후원하는 클라우드 펀딩의 경우 2011∼2013년 동안 2983명이 57건에 참여, 2억1600만원을 기록했다.
클라우드 펀딩은 2011년 7건(4900만원, 761명), 2012년 11건(7000만원, 2013년 39건(9700만원, 1125명)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전남 고흥군의 소록도병원 뒷편 옹벽 벽화 프로젝트에는 3300만원이 몰리기도 했다. 펀딩 장르도 영화에서 연극, 벽화, 전시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클라우드 펀딩은 영화, 공연, 음반, 전시, 책 등 자신의 프로젝트나 사업을 SNS를 통해 알리고 투자를 받는 형태다. 2009년 킥스타터가 아이디어나 창의적인 예술작품 펀딩 중재 개념의 서비스를 시작해 호평을 받고 있다.
펀딩 방식은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프로토 타입(동영상, 그림 등 투자를 위한 콘텐츠), 실행계획, 투자 규모 등을 소셜미디어로 전파하고 투자금을 모으면 된다.
예술위 관계자는 "SNS, 인터넷 등 소셜미디어를 통한 개인의 예술 후원, 제작비 모금 등 클라이드 펀딩 형태가 갈수록 늘고 있다"며 "이는 우리 사회의 상생, 협력을 위한 연대가 강화되면서 개인들도 문화예술작품 생산에 간접적으로나마 참여하고 싶어하는 욕구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소준문 감독은 '동백꽃-떠다니는 섬'(2004), '올드랭사인'(2007), 'R.E.C'(2011), 다큐멘터리 '종로의 기적'(2011)를 통해서 국내외 퀴어영화 관객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연출력을 인정받아왔다. 애따는 마음은 옴니버스 형태로 제작되며 올 하반기 개봉 예정이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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