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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열린 채용' '능력중심 사회' 빈말됐나

시계아이콘읽는 시간49초

이명박 정부 때 붐이 일었던 고졸 채용이 박근혜정부 들어 뒷걸음질치고 있다. 공공기관 고졸 채용 규모가 크게 줄어든 것은 물론 대기업의 관심도 전 같지 않다. 앞다퉈 고졸자를 뽑았던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대학에 가지 않고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번듯한 직장을 가질 수 있는 사회풍토를 만들겠다던 정책이 정권 따라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295개 공공기관의 올 고졸 채용 예정 인원은 1933명이다. 2012년 2508명, 2013년 2073명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삼성, 현대차, SK, LG, 한화 등 대기업들도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거나 줄일 계획이라고 한다. 금융권도 예외가 아니다. 8개 시중은행의 2012년 고졸 채용 규모는 714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480명으로 32.7%나 급감했다. 올해는 400명이 채 안 된다. 아예 뽑을 계획이 없는 곳도 적지 않다.

대신 박근혜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시간제 일자리는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공공기관은 말할 것도 없고 삼성, CJ 등 대기업과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권을 비롯한 민간기업이 경단녀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직원 채용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경단녀를 더 뽑으면 고졸 채용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기업의 채용 형태가 춤추는 모양새다.


고졸 채용은 학력중심이 아닌 능력중심의 사회를 지향하는 열린 채용문화로 칭송 받았다. 과도한 교육비 지출, 고학력 실업자 양산 등 고학력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국가적 낭비를 줄이는 기능이 크다. 한때 80%를 넘던 대학 진학률이 지난해 70.7%로 뚝 떨어진 것은 인구구조 변화에 큰 영향을 받았지만, 고졸 출신도 기술과 능력을 키우면 대우받을 수 있다는 믿음과도 무관치 않다.

고졸 채용 축소는 이런 믿음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전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이라고 홀대하는 것은 문제다. 좋은 정책이라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이어가는 게 옳다. 기업도 고졸 채용의 사회적 파급 효과를 생각해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금융 이순우 회장의 고졸 채용론은 새겨들을 만하다. "능력에 따른 차등은 있을 수 있어도 학력에 따른 차별은 없어야 한다. 고졸채용은 저출산, 빈곤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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