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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여전한 손톱 밑 가시, 이젠 뽑을 때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6초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꼭 해결해야 할 규제를 묻길래 이미 접수된 손톱 밑 가시를 얘기했어요. 그랬더니 다른 규제가 없느냐고 되묻더라고요. 이미 알고 있는 손톱 밑 가시가 아닌 다른 규제를 얘기해달라고 합니다만, 솔직히 지금 올라온 손톱 밑 가시만이라도 해결됐으면 좋겠습니다."(중소기업중앙회 한 관계자)


중소기업계에 바야흐로 봄날이 찾아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끝장토론'을 통해 중소상공인들을 괴롭히는 규제부터 없애라며 규제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자 여기저기서 중소상공인 관련 규제 개혁을 1순위 과제로 꼽고 있는 덕분이다. 졸지에 중기중앙회 전화통도 불이 났다. 정부 각 부처 공무원들이 가장 시급히 철폐해야 할 규제가 무엇이냐고 묻는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통이 걸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그동안 중소상공인들을 괴롭혀 왔던 각종 규제를 한꺼번에 모두 풀어줄 모양새다.


그런데 지금 이 모습이 낯설지 않다. 1여년전 손톱 밑 가시 뽑기 열풍과 비슷하다. 손톱 밑 가시는 중소기업 경영의 발목을 잡는 애로사항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강조해 화제가 됐다. 특히 박근혜정부가 출범을 앞두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취합한 299건의 손톱 밑 가시 중 94건을 바로 해결하자 중소기업계의 기대감은 그 어느 때 보다 높았다. 업계 전체가 그동안 경영을 괴롭혔던 손톱 밑 가시를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실제로 지난 한 해 동안 중기중앙회 힐링센터를 통해 접수된 가시만 1033건에 달했다. 하지만 해결된 과제는 325건으로, 31.4%에 불과했다. 이 중에서도 113건(10.9%)은 이미 조치된 것들이고 69건(6.7%)은 일부 수용됐다. 결국 제대로 수용된 가시는 143건(13.8%)에 그쳤던 셈이다. 반면 수용이 곤란하다는 답변은 277건으로 26.8%의 비중을 보였고 아직 답변이 오지 않은 손톱 밑 가시는 269건으로 26.1%에 달했다. 검토 중인 손톱 밑 가시도 103건으로, 10%나 됐다. 지난해 10월 일회용 젓가락ㆍ숟가락ㆍ이쑤시개 등의 낱개 포장지에 제조연월일을 일일이 표시하라고 한 규정이 과하다면 손톱 밑 가시로 선정된 사안만 하더라도 아직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수위 시절 야심차게 추진한 손톱 밑 가시 뽑기 사업이 1여년만에 용두사미가 된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번 만큼은 다르다"며 정부가 규제 철폐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중소기업 현장에선 반신반의한 시각들이 팽배하다. 오죽했으면 새로운 규제 개혁 과제를 찾기 보다는 이미 발굴한 손톱 밑 가시부터 뽑아달라는 얘기를 하고 있을까. 중소기업계는 손톱 밑 가시 빼기니 규제개혁이니 등의 구호성 외침보다는 하루라도 빨리 경영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길 바라고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오랜 시간 중소기업계를 괴롭혔던 과도한 규제를 없애기 위한 정교한 실천 전략이 필요하다. 규제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는 이미 1여년 전 부터 충분히 확인했다. 이젠 실천을 할 때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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