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안전 한국'. 박근혜 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다. 그리고 이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것 중의 하나가 소방관과 경찰관의 증원이다. 그러나 미처 준비가 안된 증원으로 뽑아놓고 제대로 교육을 시키지 못하고 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소방관ㆍ경찰관의 숫자를 5년간 1~2만명 가량 늘리겠다는 목표하에 대거 신규 인원을 채용 중이다. 올해에도 소방관의 경우 지방직만 993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하는 등 증원에 열중하고 있다. 경찰도 매년 3500명 가량 뽑던 것을 지난해부터 7000명 가량으로 늘린 상태다.
문제는 신규 직원들을 교육시켜 실무에 투입하기 위한 교육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소방관의 경우 신규 입사자들(소방사)은 중앙소방학교 또는 서울ㆍ경기ㆍ인천ㆍ강원ㆍ충청ㆍ광주ㆍ부산ㆍ경북 등 전국 8개 지방 소방학교에 입소해 6개월간 교육을 받아야 한다. 간부후보생들은 1년간 교육이 의무화돼 있다.
그러나 전국 소방학교를 모두 합해도 강의실ㆍ숙소 등을 고려할 때 한꺼번에 교육 시설에 입소할 수 있는 인원은 총 1000여명가량에 불과하다. 규모가 가장 큰 중앙소방학교의 경우 한꺼번에 170명 가량을 교육시킬 수 있지만 주로 간부 교육에 쓰인다. 나머지 전국 8개 지방 소방학교의 경우 많아야 100명 안팎만 교육시킬 수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새로 합격한 소방관 993명들이 하반기 교육에 들어갈 경우 남는 강의실ㆍ숙소가 별로 없게 된다.
불똥은 현직 소방관들에게로 튀었다. 소방방재청은 현직 소방관들의 전문 교육, 승진 교육을 제때 시킬 수가 없게 돼 애를 먹고 있다. 소방관들은 각 지방 소방학교에 입소해 합숙 교육을 통해 소방행정ㆍ시설ㆍ위험물 등에 대한 교육을 수시로 받으며, 초고층 건물 화재 진압 등의 훈련을 받아야 한다. 특히 승진을 위해 꼭 필요한 훈련ㆍ교육을 제때 받아야 놓치지 않고 승진할 수 있다. 그런데 신입 소방관 훈련으로 인해 교육 시설이 꽉 차는 바람에 현직 소방관들이 교육을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경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매해 4000명식 5년간 2만명의 경찰력을 늘리겠다는 목표하에 신규 채용인력을 3000여명에서 7000여명으로 두 배 이상 늘린 상태다. 그러나 한꺼번에 최대 수용할 수 있는 중앙경찰학교의 용량은 고작 3000여명에 불과하다. 경찰 신규 채용자들은 8개월간 중앙경찰학교에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로 인해 지난해 하반기 채용된 인원 중 1000여명이 아직까지 교육을 받지 못하고 대기 중이다. 합격자들은 장기간 임용되지 못하면서 생계를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경찰은 올해 중앙경찰학교의 수용 인원을 500여명 늘릴 예정이지만, 그래도 매번 1000명 이상의 합격자들이 장기간 대기해야 하는 불편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필요한 정책이라도, 정교하게 하지 않으면 안하느니만 못하다. 이런 행정의 오류와 부실이 결국은 인적ㆍ재정적 낭비를 낳는다. 급히 가려다가는 오히려 늦어진다는 것을 되새겨보기 바란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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