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법리주의자…정치적 리더십이 관건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법적인 해박한 지식을 밑바탕으로 합리적이고 법리적 판단에 기대를 건다. 다만 합의제인 방통위에서 얼마만큼의 정치적 리더십을 가지느냐는 지켜볼 일이다. 방송과 통신은 지금 전 세계적으로 가장 변화가 격한 산업이다."
14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새 위원장에 최성준 내정자가 임명되면서 관련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한 방송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한 편에서는 기대를, 또 다른 측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존재한다.
최 내정자는 변화의 한 가운데 서 있는 방송과 통신정책을 조율하고 이끌어가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최 내정자도 이를 염두에 둔 듯 소감을 통해 "방송·통신 분야의 현안이 산적한 시기에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내정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민들께 신뢰받고 창조경제의 중심이 되는 방송·통신 분야가 될 수 있도록 국회, 미래창조과학부 등 관계부처, 4명의 방통위 상임위원 등과 협력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짧은 소감 안에 최 내정자 스스로 넘어야 할 산이 총망라돼 있다. 산적한 현안에 대한 업무파악은 물론이고 미래부와 업무영역이 충돌하는 것을 풀어야 한다. 또 박근혜정부가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창조경제의 역동성도 끌어올려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여기에 독임제가 아닌 합의제인 방통위를 이끌어 가야 하는 정치적 리더십까지 갖춰야 한다.
판사 출신의 첫 방통위원장인 만큼 법리적 해석에 있어서는 명쾌한 법리 해석이 뒤따를 것으로 기대된다. 최 내정자는 1986년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특허법원 판사,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등 판사로만 28년의 삶을 살았다. 한국정보법학회장, 인터넷주소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도 거쳤다.
방송과 통신은 하나의 산업이자 국민의 삶과 직결되고 민감한 언론영역이기도 하다. 방송과 통신의 영역 구분마저 모호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을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에 최 내정자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방통위가 합의제 조직이라는 것도 최 내정자에게는 중요하다. 1인의 위원장과 4명의 상임위원이 방통위 전체회의를 통해 정책을 결정한다. 청와대 몫 2명, 여당 1명, 야당 2명이다. 여권과 야권으로 나누면 3대2의 비율이다.
이런 합의제 조직이다 보니 때론 합리적 토론보다는 방통위가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다. 위원장의 정치적 리더십은 그래서 중요한 대목 중 하나이다. 첫 판사 출신인 최 내정자가 앞으로 어느 정도의 정치적 리더십을 보일지는 지켜볼 일이다. 정치적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극복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방송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최 내정자의 경우 법원에서는 법리해석이 워낙 깐깐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조인 출신이기 때문에 어느 곳에 치우치지 않고 여러 정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하지만 합의제 조직에서 정쟁에 휘말리지 않고 정책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 내정자의 첫 시험무대는 국회 청문회이다. 최 내정자의 경우 청문회 단골메뉴인 재산이나 병역 등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번 청문회에서는 방통위 업무파악과 실무 감각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와 리더십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방송과 통신을 둘러싼 각종 현안과 규제개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청문회를 통해 자연스럽게 색깔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방통위는 현재 각 부서별로 현안 업무보고와 함께 청문회 준비에 뛰어들었다. 청문회를 통해 최 내정자가 방송·통신 현안과 실무에 어느 정도의 실력을 발휘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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