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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전월세대책 그 후…폭탄맞은 '다가구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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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전월세대책 그 후…폭탄맞은 '다가구 주인' 동대문구 회기역 일대 원룸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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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방에 세금까지…" 뒤늦게 과세·매매관련 문의 쇄도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노태영 기자] "나이가 많아서 일도 못하고 다른 수입도 없어서 그동안 월세 수입 신고를 안 했는데 앞으로 세금 맞고 의료보험 오를까봐 걱정이다. 보증금 높여달라는 세입자들이 많지만 보증금을 어디에 투자하기도 마땅치 않은데 여기까지 세금을 매긴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 (동대문구 회기동 70대 다가구주택 소유주)


"하루 2~3명씩 원룸 매입하려고 찾아오던 손님들이 대책 발표 나오고 난 뒤에 뚝 끊겼다. 원룸 공급은 많은데 수요는 안 따라오고, 짓고 있는 집들 보면 한숨이 나온다. 부동산 정책이 너무 아파트에 치중돼있다." (동대문구 휘경동 H공인 대표)

'2·26 전월세 대책' 발표 이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과 강서구·동대문구·광진구 등 다가구주택 밀집지역이 직격탄을 맞았다. 대학가나 젊은 직장인들이 거주하는 다가구주택 소유주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놓고 우왕좌왕 중이다.


11일 찾은 동대문구 회기역 일대는 다가구주택, 다세대주택들이 밀집해 있는 가운데 원룸(다가구주택) 신축공사가 한창이었다. 대학생과 직장인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지만 대학이 개강한 후여서 중개업소들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중개업소에서는 "전월세 대책을 발표한 후 수익형 부동산 투자를 문의하는 발길이 뚝 끊겼다"며 "임대인들 가운데 임대소득 2000만원이 넘는 2주택자들이 많아 과세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르포]전월세대책 그 후…폭탄맞은 '다가구 주인' 광진구 건국대학교 인근 원룸촌

광진구에서도 마찬가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광진구 화양동 Y공인 대표는 "지난달만 해도 하루에 많게는 10명 넘게 문의하는 손님들이 찾아왔는데 대책 발표 이후 손님이 확 줄었다"면서 "대신에 집주인들의 세금관련 문의가 하루에도 수십건씩 걸려온다"고 설명했다. 다가구주택 매입을 고민하고 있다는 50대 여성은 "당장 세금이 얼마나 어떻게 부과될지 알 수 없지만 은행에 돈을 넣고 있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며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들 지역에는 다가구주택·도시형생활주택이 공급 과잉상태여서 공실이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난 공급만큼 수요는 늘지 않아 월세로 얻는 이율도 꾸준히 감소세다.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월세이율은 2010년 6월 11.3%였지만 꾸준히 하락해 2014년 2월 기준 7%(수도권 0.78%)까지 떨어졌다.


이렇다 보니 집주인들은 공실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세 부담이 늘어난다고 월세를 높이기도 쉽지 않은 입장이다. 동대문구 회기동에서 임대사업을 하는 최모(76)씨는 "집이 조금만 이상이 있어도 세입자들이 나가버려서 고치고 다시 세입자를 받기도 어렵다"며 "세입자들한테 소득공제 하지 말자고 조건을 걸려고 해도 되레 세입자들이 월세를 낮추자고 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수요자들은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마포구 S공인 대표는 "세입자들에게 당장 임대료 올려 받기는 쉽지 않다"며 "다가구주택도 전세매물은 거의 없고 월세 매물만 많이 쌓여있어 집주인들끼리 동향만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임대사업을 유지하려면 하자수선비용이나 리모델링 등 투자비가 들어 세 부담은 더 크다는 얘기도 나왔다. 동대문구 휘경동 S공인 대표는 "대부분 원룸이 다가구주택이고 10년 정도 지나면 집이 낡아서 리모델링을 하거나 수시로 고쳐야 한다"면서 "전세까지 세금 부담을 지도록 해서 계속 보유할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부동산연구팀장은 "임대사업자를 양성화하기 위한 혜택은 적고 심리적 부담이 큰 과세대책을 내놓았다"며 "집을 팔려는 집주인들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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