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프로젝트 '현재 진행형', 수백만달러 투자해 대회 유치 '돈의 힘'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중국의 '골프파워'가 무섭다.
눈부신 경제 성장과 함께 폭발적인 골프붐이 일면서 골프인구 급증은 물론 세계 최대 규모의 골프장이 건설되는 등 가속도가 붙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이미 미국과 유럽에 이어 '제3의 골프 신대륙'으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동력은 물론 '돈의 힘'이다. 최근에는 수백만 달러짜리 프로골프대회를 거침없이 유치하는 등 경기 분야에서도 '보이지 않는 손'으로 주목받고 있다.
▲ "대형화, 그리고 파격"= 중국은 1984년 골프금지령이 풀린 뒤에야 최초의 골프장인 광둥성의 중산온천골프클럽이 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 이후 엄청난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1990년대 자본주의 물결이 빠르게 유입되면서 2000년대 초 30만명을 확보했던 골프인구는 2012년 기준 500만명에 육박했고, 2020년에는 무려 200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골프장의 양적 팽창은 더욱 놀랍다. 2012년 18홀 기준 600개, 이미 한국을 추월한 상태다. 2020년에는 1000개를 넘을 전망이다. 특히 '대형화와 파격'이라는 특징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미션힐스그룹이 대표적인 기업이다. 광둥성 선전에 12개 코스, 하이난도 하이커우에 10개 코스 등 총 22개 코스, 396홀 규모로 기네스북에 '세계 최다홀'로 이름을 올릴 정도다.
골프장뿐만이 아니다. 하이커우의 경우 이미 500실이 넘는 5성급 호텔이 완공됐고, 오는 5월에는 리츠칼튼과 르네상스, 하드락 등 세계적인 호텔 체인이 가세할 예정이다. 쇼핑몰이 7만평, 영화타운이 28만평 등 무엇이든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다. 당연히 그린피도 비싸졌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에서는 한국돈 20만원을 넘어 중국골퍼들이 오히려 한국으로 '원정골프'를 떠나고 있다.
골프채 등 골프용품산업도 마찬가지다. 예전의 값싼 노동력을 앞세운 싸구려 하청공장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추이다. 실제 중국 기업의 막대한 자본력은 2010년 일본의 상징적인 기업 혼마를 인수했고, 2011년에는 베이징 다이렉트라는 회사가 S야드로 유명한 일본 세이코스포츠라이프의 골프사업 부문을 인수하는 등 전방위적인 기업사냥에 나서고 있다. 골프용품 점유율이 세계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이유다.
▲ "제2의 타이거 우즈는 어디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프로골프계 역시 '돈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 2011년 10월 상하이에서 열린 레이크말라렌마스터스가 좋은 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나 유러피언(EPGA)투어 대회가 아니었지만 '차세대 골프황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 헌터 메이헌(미국) 등 '별들의 전쟁'으로 치러졌다.
중국의 부동산재벌 젠스는 불과 30명이 출전한 이 대회 총상금으로 500만 달러를 책정했고, 매킬로이는 우승상금 200만 달러를 챙겼다. 초청료 2000만 달러에 개최 비용 2000만 달러가 들어갔지만 아랑곳 하지 않는 분위기다. 또 다른 부동산업체 수이 온 랜드는 이에 앞서 매킬로이와 웨스트우드, 이안 폴터(잉글랜드) 등을 초청해 상하이에서 마카오까지 7개 도시, 8개 코스를 순회하는 특급이벤트를 진행했다.
타이거 우즈(미국)와 매킬로이의 '중국결투'도 같은 맥락이다. 부동산 개발과 수입 자동차 등을 판매하는 중국 하모니그룹은 2012년 10월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 레이크진사인터내셔널에서 18홀 메달 매치플레이로 펼쳐진 딱 하루짜리 프로그램을 위해 우즈 200만 달러, 매킬로이에게 100만 달러를 지불했다. 지난해에는 두 선수의 '중국결투 2차전'이 하이난도 하이커우 미션힐스골프장 블랙스톤코스에서 이어졌다.
이 같은 노력은 실제 유소년골퍼 양성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부유층에서 자녀를 골프선수로 키우려는 부모가 부쩍 늘었고, 골프가 2016년 리우올림픽 정식종목에 채택되자 중국골프협회(CGA)가 체육총국의 산하단체로 승인되는 등 학교 체육도 달라졌다. 예전에 청야니(대만)에게 2500만 달러의 거금을 주는 조건으로 국적을 바꾸라는 제안을 한 것도 금메달 욕심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15살짜리 관톈랑을 마스터스 등 메이저대회까지 출전시키는 중국의 힘이 지구촌 골프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하이커우(중국 하이난도)=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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