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이동 통신 보조금은 실제로 펄펄 끓고 있는 것일까, 끓기를 바라는 것일까. 연일 관심을 모으는 '보조금 대란'은 이 두 함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통사들이 영업 정지를 앞두고 보조금을 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공짜폰'을 바라는 일부 소비자들의 기대 심리가 한없이 뜨거워지면서 보조금이 펄펄 끓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28일 주요 포털 사이트에는 '228대란'이 인기 검색어에 오르며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소란' 수준의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의 보조금이 조금만 꿈틀거려도 대란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며 "이런 이름을 붙이는 것은 고객들이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심리가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 100만원 이상의 보조금이 실리면서 공짜폰이 난무해야 대란이라 할 수 있는데 최근의 흐름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휴대폰 보조금이 집중 투입됐던 '211대란' 때는 갤럭시노트3가 한자리 수 금액까지 내려가는가 하면 공짜ㆍ마이너스 폰이 넘쳐났다. 대표적으로 삼성의 갤럭시S4 LTE-A에는 최대 120만원에 달하는 보조금이 투입되면서 마이너스 폰으로 전락했다. 반면 하루 8만건에 가까운 번호 이동이 있었던 26일에는 이보다 40만원이 낮은 80만원, '228대란' 추측이 난무했던 27일 밤에는 70만원 수준의 보조금이 실렸다. 정부가 정한 보조금 상한가 27만원을 훌쩍 넘어 과열 양상을 보이기는 했지만 '대란' 수준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란이 예상된다'는 추측이 난무하며 수많은 '올빼미'가 양산되기도 했다. 대란이 주로 어둠이 짙은 시간에 다가오는 탓에 잠을 포기하고 기다리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다. 직장인 이 모 씨는 "며칠 마다 대란이 터지는 것을 보니 못 먹으면 바보다 싶어서 기회를 보는 중"이라며 "그동안 몇 번 대란이 있었지만 또 한 번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대란이라는 분위기를 쫓는 최근의 분위기는 영업정지를 앞둔 이동 통신 3사가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보조금을 쏟아부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과거에도 영업 정지 처분이 예고될 때마다 보조금 혈전이 벌어졌다. 이통 3사가 순차적으로 영업 정지 처분이 내려졌던 지난해 1월에는 영업 정지 1주일 전부터 보조금 전쟁이 점화돼 100만원에 육박하는 최신 스마트폰이 20만원에 판매됐다.
지난해 7월에도 KT가 단독으로 영업 정지 처분을 받기 직전 출고가 90만원대 스마트폰이 20만원에 판매되고 가입 후 직접 현금을 제공하는 '페이백'이 횡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이통사 보조금이 과열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더 많은 보조금이 실리길 바라는 심리가 반영되면서 연일 대란이란 말이 오르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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