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표준계약서 도입하는 '권리금 양성화' 방안 발표
-권고 사항이라 세원노출 때문에 이면계약, 임대료 선반영 부작용 가능
-정치권, 매매계약서 쓰는 ‘상가권리금 약탈방지법’ 논의 들어갈 것으로 보여
[아시아경제 전슬기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상가 권리금' 양성화 방안을 발표하자 세원 노출에 대한 부담이 또 다른 '음성화 시장'을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관행적으로 현금이 오가던 권리금에 표준계약서가 생기면 과세가 부담스러워 계약을 꺼리거나 이면계약서, 임대료 선반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취득세, 양도소득세, 재산세 등에 대한 이중과세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6일 세무당국에 따르면 권리금에 대한 과세는 영업권으로 분류돼 현재도 이루어 지고 있다. 다만 권리금 거래가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신고가 안돼 과세 사각지대에 있었던 것이다. 현행법상 권리금은 기타소득과 양도소득으로 분류 되고 있다. 임차인 간의 거래의 경우 권리금은 기타소득으로 보여 원천징수를 20% 하게 된다. 나머지 80%는 필요경비로 처리된다. 1억원의 권리금을 신고한 경우 8000만원은 필요 경비로 인정되고 2000만원이 세금 대상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권리금이 건물과 함께 넘어가는 경우는 양도소득으로 분류한다. 이럴 경우 권리금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세무당국 관계자는 "현재도 권리금은 과세 대상이 되고 있지만 계약서가 이루어 지지 않아 포착이 되지 않고 있었던 것"이라며 "이중과세 부담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신고 자체가 달라 중복으로 세부담이 느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권리금에 대한 과세 부분은 어떻게 권리금 신고를 의무화 할 것이냐 부터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업계는 갑자기 늘어나는 세부담으로 인해 이면계약서, 임대료 선반영, 계약서 거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세금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임차인들 입장에서는 '없던' 세금이 생겨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가 추진하는 상가권리금 보호 정책은 표준계약서 제도를 단순 '권고'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의무적인 것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권리금을 받는 기존 임차인이 세원 노출을 우려해 계약서 작성을 기피할 수 있다. 또한 표준계약서 작성을 하지 않기 위해 권리금을 조금 낮춰주는 방식으로 이면계약을 할 가능성도 있다. 권리금 세금을 피하기 위해 임대료를 선반영하는 사례도 나타날 수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관건은 표준계약서의 의무화이다. 표준계약서 사용이 의무화되지 않으면 다른 방향으로 권리금이 음성화 될 가능성이 있다"며 "권리금 양성화를 위한 보호장치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에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상가 권리금 보호에 관한 법’에 대한 제정 여부도 주목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는 현재 민병두 민주당 의원이 용산 참사 5주기를 맞아 발의한 ‘상가권리금 약탈방지법’이 법사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민 의원의 안은 신규 임차인은 상가권리금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임대인에게 권리금 지급 사실을 통지해야 한다. 그리고 신규 임차인은 관할 세무서에 신고해 확정일자를 부여받는다. 이에 임대인은 종전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도록 한다. 사실상 매매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한 것이다.
또한 임대인이 종전 임차인에게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하지 않고 동일업종으로 영업하면서 신규 임차인에게 새로운 권리금을 받는 경우 종전 임차인에 손해배상 책임을 부여하는 내용도 담았다.
이 법안은 여당의 움직임이 없어 이번 2월 국회 안건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담화문에 언급하면서 4월 임시국회에서는 법안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박 대통령의 권리금 보호 방안은 법무부와 국토부에 지시가 내려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관급에 올라가 대통령에 보고됐다는 것이다. 정부의 개선 의지가 강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민 의원은 박 대통령 담화문 후에 '국회·전문가·정부 합동 특위'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민 의원실 측은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만큼 여당 쪽에서도 관련 법안들이 발의될 것이다"며 "4월 국회에서는 법안 제정 논의가 좀 본격화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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