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총영사 소환, 13시간 조사…여야 정치 공방, 또 다른 변수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검찰이 조백상 중국 선양 주재 총영사를 소환 조사하면서 본격적인 진상조사 활동에 돌입했다. 관심의 초점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 위조 의혹의 몸통을 파헤칠 수 있을 것인지 여부다.
검찰은 지난 2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조백상 총영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일부 언론은 검찰이 조사에서 수사로 전환했다고 보도했지만 검찰은 수사 전환은 결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주목할 부분은 검찰이 언론 취재망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토요일에 13시간에 이르는 조사를 진행했다는 점이다. 토요일 다음 날은 신문이 발행되지 않는 관계로 취재 인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조백상 총영사가 검찰에 나올 경우 그의 모습이 사진이나 영상 뉴스로 보도되는 것만으로도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검찰이 토요일 그를 부른 것은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이번 사안에 접근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법조계 안팎에서 시선을 모으는 인물은 선양 영사관에서 일하는 이모 영사이다. 그는 국정원 쪽 일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백상 총영사가 지난 21일 국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문제의 ‘위조문서’ 출처와 관련해 이모 영사의 ‘개인문서’라는 발언을 해서 언론의 관심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검찰은 조백상 총영사 발언에 대해 “공증 개념을 알고 답변했는지 모르겠다”고 유감의 뜻을 전했고, 조백상 총영사도 자신의 발언을 번복하면서 ‘개인문서’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기도 했다. 조백상 총영사가 실수로 발언한 것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검찰의 22일 소환 조사도 그러한 의문을 푸는 자리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국회 답변 내용을 포함해 선양 영사관 관련 내용에 대해 확인했다. 조사 장소는 서울중앙지검에 마련된 진상조사팀 사무실”이라며 “조사팀 사무실은 외사부 검사실 외에 특수부 등에서 온 검사들을 위해 마련된 사무실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백상 총영사의 소환 조사는 검찰 조사가 본격화 단계라는 점을 의미한다. 검찰은 말을 아끼고는 있지만 이번 논란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조사하겠다는 뜻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하곤 했다.
하지만 조백상 총영사 소환으로 ‘위조문서’ 의혹의 몸통을 찾을 수 있을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조백상 총영사가 의혹의 핵심에 대해 풀어줄 수 있는 인물인지, 그 역시 말 그대로 ‘참고인’ 수준에 불과한지는 조사 결과를 분석해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검찰 조사는 본격화됐지만 앞으로 중국을 상대로 조사가 불가피한 점, 외교부와 국정원 등 다른 기관에 대한 조사도 요구된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조사 속도는 더딜 가능성도 있다. 주목할 부분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여야 정쟁의 흐름이 엿보인다는 점이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는 중국 공안당국의 방첩사건”이라며 “중국은 지방정부 하급 관리가 다른 나라 정부에 정보 제공하는 것을 간첩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는 ‘위조’라는 주장 자체를 동의하기 어렵다는 시각을 내비친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 연석회의를 요구하는 등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여야의 온도차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여야 공방이 가열되면 이번 사건의 실체보다는 정치적 논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결국 검찰이 국민이 궁금해 하는 의혹의 핵심을 서둘러 해소하는 조사 결과를 내놓는 것이 불필요한 정치적 공방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해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입장에서도 조사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특별검사제 도입에 대한 요구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조사의 속도와 수위에 대해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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