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포장을 덧씌워 일방적으로 상대 매도하고 진실 왜곡하는 일은 정당치 않아"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황유미씨의 실화를 영화화한 '또 하나의 약속'에 대해 "허구의 이야기를 사실처럼 포장한 영화로 예술이 아닌 투쟁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이 영화와 관련해 일절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었지만 논란이 확산되자 이번에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23일 오후 삼성전자 공식 블로그 삼성 투모로우에 '영화가 만들어 낸 오해가 안타깝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김선범 삼성전자 DS부문 커뮤니케이션팀 부장이 쓴 글이다.
김 부장은 "회사가 나쁜 집단으로 묘사되는 장면을 보면서 일반 관객들이 회사에 대해 느낄 불신과 공분을 생각하면 홍보인으로서 마음이 무겁다"며 "그저 영화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기기엔 영화가 일으킬 오해가 너무나 큰 것 같다"면서 입을 연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영화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실제로는 "일어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독극물을 사용해 제품을 만들면서 직원의 안전을 고려치 않고 ▲불행과 고통에 빠진 직원의 아픔을 외면하며 숨기기에 급급하고 ▲사람의 목숨을 돈으로 거래하고 저울질하는 일은 회사 내에서 일어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영화 속 장면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부장은 "고인과 유가족을 만나 아픔을 위로하고자 했던 인사 담당자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에서는 그가 직원의 불행 앞에서도 차갑게 미소 짓는 절대악으로 묘사됐지만 제가 아는 그 분은 영화 속 아버지처럼 평범한 가장이고 직장인일 뿐"이라며 "오히려 고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면서 더 많이 도와 주지 못한 것을 자책했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영화에 머물러야 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김 부장은 "예술의 포장을 덧씌워 일방적으로 상대를 매도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일은 정당하지 않다"며 "더구나 외압설까지 유포하며 관객을 동원하고 80년대에나 있었던 단체관람이 줄을 잇는 것을 보면서 이 영화가 단순한 영화가 아닌 투쟁 수단으로 변질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다니는 회사는 최소한 영화가 그려 낸 그런 괴물은 절대로 아니다"라며 "내가 속한 이 회사에 조금도 부끄러움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또 하나의 약속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직원 사망 사고를 영화화하면서 기획부터 제작, 상영에 이르기까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제작진은 영화 상영 과정에서 '외압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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