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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신흥국 G20서 美테이퍼링 놓고 '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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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재무장관 회의 개막…슈피겔 "유럽이 중재 나서라"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22~23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의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선진국과 신흥국의 '기싸움'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듯하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금융혼란으로 신흥국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이번 회의에서 미 테이퍼링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예상된다며 유럽은 선진국과 신흥국의 갈등을 중재해야 한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번 G20 회의에서 인도·브라질·터키·러시아 등 신흥국 재무장관들은 테이퍼링의 속도 조절을 요구할 듯하다. 그러나 미국이 이를 얼마나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회의에 앞서 선진국과 신흥국의 '편 가르기'가 진행된 것도 이런 긴장감을 반영한다.


이번 회의 개최국인 호주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를 공식 지지하고 나섰다. 독일 정부도 각국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신흥국이 선진국에 대한 의존과 기대도 버리고 스스로 갈 길이나 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은 신흥국의 손을 들어줬다. IMF는 최근 보고서에서 통화정책 변화가 다른 나라들에 미치는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진국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피겔은 독일 등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평했다. 2011년 프랑스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재정위기 해결을 놓고 미국과 유럽이 대립했다. 그러나 양측은 이번에 '찰떡궁합'을 자랑하고 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 등 미국·유럽의 경제 관료들은 심지어 선진국이 일종의 희생양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부 문제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신흥국이 경제부진의 원인을 선진국 탓으로 돌리면서 선진국만 비난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슈피겔은 터키·태국 등 정치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신흥국 대다수가 금융혼란에 빠진 직접적 원인은 분명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라고 지적했다.


상당수 전문가는 테이퍼링 초기에 신흥국이 고통스러울지 몰라도 이후 신흥국도 선진국 경제회복의 수혜를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시나리오가 틀릴 수도 있다. 현재 신흥국의 금융불안은 과거 아시아 금융위기에 비하면 그리 큰 충격이 아니다. 하지만 미국이 돈 거둬들이는 속도를 높이고 신흥국의 타격이 장기화하면 이들 국가가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상황까지 생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선진국도 타격 받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슈피겔은 신흥국에 대한 선진국 기업들의 의존도가 커지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애플, 제너럴 모터스(GM), 코카콜라 같은 다국적 기업의 순이익에서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세계 최대 식료품 업체 네슬레는 최근 신흥국의 수요 감소로 부진한 실적을 내놨다.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는 신흥국 경제가 악화할 경우 많은 유럽 은행이 타격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슈피겔은 유럽이 미국 편을 들기보다 미국과 신흥국 사이에서 이견을 조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적어도 유럽은 당분간 양적완화를 지속할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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