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과 아이, 딱 그 차이
어른과 아이, 딱 그 차이였다. 스케이팅도 스타일도.
쇼트프로그램 경기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여자 싱글의 경쟁자로 떠오른 김연아(24)와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러시아)는 나이 차만큼이나 스타일의 차이도 컸다. 김연아는 스모키 화장을 즐기지만, 리프니츠카야의 얼굴엔 화장기가 거의 없다. 김연아는 짙은 아이라인으로 쌍꺼풀 없이 긴 눈매를 강조한다. 화려한 눈 화장은 김연아의 장기인 눈빛 연기에도 잘 어울린다. 이번 프리 프로그램('아디오스 노니노')에선 빨간 립스틱으로 탱고의 느낌을 살렸다.
김연아는 최대한 감정을 살려 연기한다. 음악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김연아의 표정이나 몸짓은 배우의 연기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피겨가 종합예술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 선수가 김연아다.
반면 리프니츠카야는 화장을 거의 하지 않는다. 아직 어리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전략일 가능성도 높다. 화장기 없는 얼굴이 어린 소녀의 순수한 느낌을 잘 살려주기 때문이다. 같은 10대지만 미국의 그레이시 골드(19)는 화장이 짙은 편이다.
리프니츠카야는 경기 내내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다. 대신 확실히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부분엔 힘을 준다. 프리프로그램 '쉰들러리스트'의 시작 동작이 그렇다.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불안해하는 어린 소녀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
두 선수 모두 의상은 화려한 것보다 작품의 메시지를 살리는 쪽을 선택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프리 의상이 파란색'이라는 징크스에서도 초연하다. 1998년 나가노의 타라 리핀스키부터 2010 밴쿠버의 김연아까지 모두 프리에서 파란 드레스를 입었다. 4년 전 이미 금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는 징크스에 개의치 않고, 검은색과 보라색의 탱고 의상을 선택했다. 리프니츠카야 역시 자신의 의견을 반영해 코트 느낌을 살린 빨간 의상을 고집했다.
손애성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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