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부각되는 만큼 유엔의 인도적 지원 노력에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합니다"
유엔의인도주의 업무를 총괄 조정하는 기구인 유엔인도주의 업무조정국(OCHA) 강경화 사무차장보(58)는 18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에서 국내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기업의 이익추구가 함께 가야 기업이 오래 간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유엔의 인도적 지원 사업에 대한 한국 정부와 삼성과 LG,SK 등 국내 대기업에 참여를 호소하기 위해 방한했다.
강 사무차장보는 “한국에는 세계적인 브랜드를 갖고 있는 기업들이 많은데 기업의 브랜드 네임에다 국제사회의 공익과 인도 지원 등에 대한 기여라는 가치가 더해지면 기업의 브랜드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면서 “기업들도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 이것을 유엔과 함께 한다면 윈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에 대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그는 “우리도 국제사회에 기여를 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기대에 비해 인도적 지원은 참 부족한 부분”이라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의 개발 지원(ODA) 금액 중 인도적 지원 비중은 6∼8% 정도지만, 우리나라는 1%를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분쟁에 따른 재건필요 등 인도지원 요청 규모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인데 공여국의 재원은 한정돼 있으니 기업과 시민단체들이 좀 더 많은 기여를 하기를 바라고 있다.올해 인도지원 요청규모는 110억달러 정도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의 어려움도 털어놨다. 강사무차장보는 “북한은 인도적 지원을 요구하는 나라 중 하나지만 공여국들의 관심이 바닥난 상황”이라면서 “이는 북한에는 대형 자연재해처럼 전 세계의 이목을 끄는 긴급 구호 상황이 없었고,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 등 안보 위협을 가한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국제 안보에 큰 문제가 되는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개발에 국제사회가 첨예한 관심이 있다”면서 “북한이 착한 행동(good behavior)을 해서 국제사회와 협력해야 한다. 각국 입장에선 그런 것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원회(COI) 17일 발표한 북한 정권의 인권 침해 보고서가 인도적 지원에 영향을 주지않겠느냐’는 질문에 강 사무차장보는 “인도지원은 정치 등의 상황과 별개로 필요한 곳에는 해야 한다는 게 유엔의 기본입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유엔에 진출한 한국 여성 가운데 최고위직에 오른 강 사무차장보는 유엔에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국제사회의 어떤 명분에 기여를 하고 싶은 지 결정하고 인권이나 환경 등 해당 분야의 경험을 쌓아서 지원해야 한다. 첫 단추부터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면서“무슨 일을 원하는지 방향을 미리 잡는 게 필수 요건”이라고 조언했다.
강 사무차장보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클리브랜드대 교수,세종대 영어영문과 교수 등을 거쳐 1999년 외교통상부 장관보좌관으로 외교부와 인연을 맺었다.그는 외교통상부 국제기구담당심의관,주유엔 한국대표부 참사관,공사,외교통상부 국제기구 국장을 역임해고 2007년 유엔 인권부대표로 유엔에 진출했다.지난해 3월부터 인도지원실 사무차장보 겸 긴급구호 부조정관으로 인도 지원 현장을 누비고 있다. 염색을 하지 않은 머리 색깔이 트레이드마크다.
박희준 외교·통일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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