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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여성직장인들의 '밸런타인데이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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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밸런타인데이다. 로마시대에 사제 발렌티노가 황제의 명을 어긴 채 사랑하는 연인의 주례를 섰다가 처형당한 날이 2월14일이다. 그를 추모하는 뜻에서 이날 연인들끼리, 부모와 자식 간에 선물이나 카드를 교환하는 풍습이 있었다. 1930년대 일본 제과회사가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로 광고하면서 연인들끼리 초콜릿 주고받기가 퍼졌다고 한다.


그같은 밸런타인데이가 우리나라에선 여성이 남성에게 관행적으로 또는 호감의 뜻으로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로 변하면서 여성 직장인들 사이에 고민거리로 등장했다. 한 회사, 같은 부서의 남성 상사, 동료들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게 관행처럼 됐지만 비용이 만만찮아서다. 대부분 직장에서 여성은 소수다. 받는 남성이야 초콜릿 한 개 내지 작은 꾸러미 하나겠지만, 주는 입장에선 많으면 수십 개에 이르러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누구에겐 주고 누구는 안 주는 것도 눈치 보인다. 가격 또한 고민거리다. 저가품은 안 주는 것보다 못할 것 같고, 비싼 걸 고르자니 비용이 만만찮다. 4~5개 들이 한 박스에 1만원이 훌쩍 넘는 수입품도 있다. 젊은 층일수록 완제품보다 직접 만들어 선물하는 초콜릿이 더 인기다. 청소년들의 경우 수제 초콜릿을 만드느라 적지 않은 용돈과 시간을 투자한다. 이를 틈타 저질 초콜릿 원료를 공급하거나 유통기간이 지난 재고를 떨이 판매하는 악덕 상혼까지 나타나고 있다.


최근 밸런타인데이를 '안중근의사 기념일'로 바꾸자는 여론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가 일제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은 날이 1910년 2월14일이란 사실에서 비롯됐다.

기념일에는 나름 상징성과 역사성이 있다. 그 의미에 맞게 연인들끼리 가벼운 선물이나 카드를 주고받는 것이야 나무랄 일이 아니지만, 부담을 느끼면서 마음에 없는 선물을 주고받는 관습은 문제가 있다. 기념일의 의미는 살리면서 물적ㆍ심적 부담을 줄이는 지혜가 요구된다. 주고받는 선물이 꼭 초콜릿일 이유도 없다. 우리 농산물로 만든 떡이나 과자, 빵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초콜릿을 구입하는 그 돈으로 직장 동료와 함께 소외된 이웃과 어린이 등 취약계층을 찾아 선물하고 사랑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면 의미는 더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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