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예방행동포럼 'LIFE'의 이명수 위원장
[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6개월 후에도 자살하고 싶으면 그때 하라."
지난해 12월 자살예방행동포럼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비영리민간단체 'LIFE. 우리가 삶을 말하다(이하 LIFE)'의 이명수 위원장은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했다. 정신과 전문의이자 서울시정신보건센터장으로서는 행여 오해를 일으킬까, 하기 어려웠던 말이었다. "이제는 민간단체 운영위원장으로 말하고 싶다. 자살 충동이 생길 때 딱 6개월만 있다 다시 생각해 보라는 것. 그 6개월 동안 '나의 좌절'에 대해 성찰하라는 것이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자살'이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자살하고 싶을 때 명언'이라는 키워드가 자동검색된다.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도움을 바라는 사람이 많다는 뜻 아니겠냐는 물음에 그는 "중요한 것은 '좌절'에 대한 태도"라고 답했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는데 돌부리가 너무 큰 것인지, 돌부리 자체는 별거 아닌데 내가 지나치게 자책하는 건 아닌지, 나아가 내가 원하는 게 궁극적으로 무엇인지 차근차근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가 몇 년째 지속되는 데 대해 이 위원장은 정책 입안자나 전문가의 관점만으로는 접근에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LIFE가 사회·문화·예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일하는 분들을 비롯해 자살 유족 및 자살시도자 분들로 이뤄졌다면서 "자살예방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활동은 계속돼 왔으나 사회적 파장이 부족하고, 관련 정책 역시 우선순위가 낮아 재정지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자살 문제를 다루는 언론의 태도에도 따끔한 지적을 던졌다. "예컨대 수능시험 이후 '수능 실패, 성적 비관 자살'이라는 표현을 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실패'는 다분히 주관적 느낌이라 100점만 받던 학생은 한 문제를 틀려도 본인 입장에서는 좌절일 수 있다. 성적이 우수한 동급생이 자살했다는 기사를 접한 누군가가 '나는 그보다 훨씬 못한데 이 세상을 살 자격이 있나'라는 생각을 잠깐이라도 하게 된다면 그 순간 언론보도의 희생자가 된다."
그는 얼마 전 '언제 허물을 벗고 나올 거냐'는 아내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자살예방에 앞장서는 그도 자신을 둘러싼 허물을 감출 수 없는 것이다. "사람은 완전체가 아니다. 미성숙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허물에 둘러싸여 있다. 어렵지만, 그걸 조금씩 평생 벗기며 사는 것이다."
LIFE는 11일 서울 메가박스 강남점에서 '왜 사냐고 묻거든'이라는 주제로 각계 명사들이 강연하는 'LIFE CONCERT'를 앞두고 있다. 이 위원장 본인이 직함을 달고 있기는 하지만, LIFE는 누구 하나가 대표로 운영하는 기관이 아니라 여럿이 힘을 모아 이끌어가는 곳이라고 거듭 강조한 그는 "'왜?'보다는 실천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이제 막 첫걸음을 떼는 소감을 전했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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